한국과 미국이 29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중 약 50만㎡ 부지를 내년 초 반환키로 합의했다. 용산기지 전경. 뉴시스
한미가 내년 초까지 50만㎡ 규모의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 반환을 추진한다. 전체 용산 미군기지 면적(196만7,582㎡)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하지만 ‘쪼개기’식 반환 탓에 용산기지 부지에 2027년까지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려던 정부 계획은 계속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장인 고윤주 외교부 북미국장과 스콧 플로이스 주한미군 부사령관은 29일 공동성명을 내고 “상당 규모의 용산기지 반환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용산기지 땅 약 50만㎡를 2022년 초까지 반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201차 SOFA 합동위원회를 통해 서울과 경기 일부, 대구 남부, 경북 포항 등에 산재해 있는 미반환 미군 기지 12곳을 돌려받기로 미국 측과 합의했다. 뉴욕 센트럴파크 면적의 70%에 달하는 용산기지는 12곳 중 가장 규모가 큰 단일 기지다.
미군 상당수 상주... 반환 완료 시점 특정 못 해
용산기지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위치한 노스포스트와 생활 시설이 들어선 사우스포스트로 구분된다. 이날 합의된 반환 구역 대부분은 사우스포스트에 속한 운동장, 학교, 장교 숙소 등으로 전해졌다.
양측 위원장은 미군이 더는 사용하지 않는 기지를 반환하고, 미국 측이 요청한 시설ㆍ구역의 공여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사용이 종료된 용산기지 구역의 이전 및 방호 조치가 완료된 뒤 반환 가능한 곳부터 파악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런 단계적 반환 합의가 우리 정부의 용산기지 활용 구상과 상충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용산기지 전체 반환을 전제로 2027년까지 243만㎡ 규모의 ‘용산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미국에 빌려준 땅을 국민 품으로 돌려준다”는 취지다.
2017년부터 공원 조성에 돌입해 10년 안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도 2011년 마련했다. 하지만 미군기지 이전이 늦춰지면서 완료 목표 시점은 그대로 두되, 1단계 사업 추진을 2년 연기하는 쪽으로 계획이 일부 수정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초 계획은 2017년 이전에 반환 완료를 전제로 수립됐기 때문에 벌써 최소 4년은 지체됐다”며 “부지를 돌려받는 대로 조속히 공원 조성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는 지금도 충분히 늦었다는 입장이나, 이날 성명에는 기지 반환 종료 시점이 적시되지 않았다. 사업 착수가 훨씬 더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미연합사 등 주한미군이 여전히 용산기지 내 상당수 시설을 이용 중인데 반해, 이들이 옮겨갈 캠프 험프리(평택 기지) 대체 설비는 완공되지 않은 탓이 가장 크다. 외교부 당국자는 “용산기지에서 일하는 병력을 빼내려면 캠프 험프리 관련 시설이 구비돼야 하지만, 변전소와 수도 등 인프라 구축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체 부지 시설이 언제 완공될지 특정하기 어려운 만큼 용산기지 반환 완료 시점을 못 박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남은 용산기지 부지 반환 역시 빠지는 병력 규모에 맞추는 쪼개기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어 2027년 공원이 들어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환경오염 비용 분담도 평행선
절차를 떠나 미군기지 반환의 최대 쟁점인 환경오염 정화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느냐를 두고도 한미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2009년 합의한 공동환경평가절차서(JEAP)에 따라 조사를 거쳐 확인된 오염은 미군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 측은 SOFA 조항(4조)에 근거해 ‘미국은 구역 반환 시 원래 상태로 회복 또는 보상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단기간에 합의될 문제가 아니라 인내심을 갖고 협의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인정했다.
공군 선임병들이 후임병에게 몇달 동안 집단 폭행, 감금,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과 관련해 군 당국이 가해자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30일 “공군 측의 철저한 수사, 엄중 조치는 말뿐이고 실상은 가해자 봐주기, 부실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건 초기 양상이 성추행 피해를 본 뒤 사망한 이아무개 공군 중사 사건과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9일 군인권센터는 강릉에 있는 공군 제18전투비행단 공병대대 생활관에서 신병인 피해자가 비행단에 온 지난 4월부터 신고를 한 지난 21일까지 약 4개월 동안 선임병 6명에게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가해자들이 자신을 부대 용접 가스 보관창고에 가둬놓고 창문으로 불붙인 박스 조각을 넣거나, 다리를 잡고 끌고 다니며 수시로 이마, 팔, 성기 등을 때렸다고 호소했다. 군인권센터는 군사경찰이 지난 21∼22일 피해자 조사를 통해 폭력 행위에 대한 진술을 모두 확보했지만 가해자 소환 일정을 잡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군사경찰이 가해자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자고 소환을 통보했다가 연기한 사실도 지적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가해자들이 변호임이 선임하고 조사를 받겠다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피의자가 변호인을 선임할 때까지 기다려 배려해주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군사경찰이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동안 가해자들은 증거 인멸의 시간을 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해자의 부모들이 센터로 전화해 항의하는 등 피해자를 압박하려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부모가 29일 부대에 병가 사용을 요구했으나 군의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공군은 즉시 가해자들을 체포, 구속해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도 즉시 실시해야 한다. 공군이 비극을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바로가기: “공군 선임병들이 후임병에 성폭력 등 가혹행위”…군 “수사 중” https://ift.tt/3rG1od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