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제안 이재명 겨냥 “중범죄 후보의 정치공세용 물타기”
민주당 “토론 팽개치고 대권 잡겠다는 발상은 독재의 씨앗”
전문가 “토론은 지지후보 판단 결정적 계기…적극 참여해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 (MZ세대와 함께 공정과 공존의 일터를 말하다!)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정책토론 제안을 “중범죄자의 정치공세”라며 거부했다. “싸움밖에 안 된다”며 ‘토론 무용론’을 펴던 윤 후보가 상대 후보의 ‘자격’까지 문제 삼으며 토론 기피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윤 후보의 토론 거부는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전을 정책선거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는 28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금 과연 민주당 후보가 야당 후보와 국가의 비전을 놓고 이렇게 수도 없이 토론할 입장이 돼 있느냐”며 “중범죄가 확정적인,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이런 후보와 국민들 앞에서 정해진 정도의 토론이 아니고, 이걸 마치 미래비전 얘기하는 것으로써 물타기하려는 정치 공세적 토론 제의를 받아들인다는 건 야당 후보로서 취하기 어려운 태도”라고 말했다. 윤 후보 본인도 고발 사주 의혹 등으로 수사 선상에 올라 있으면서, 이 후보를 대장동 개발 의혹에 연루된 ‘중범죄자’로 규정하고, 이 후보의 토론 제안을 ‘정치공세용 물타기’라고 주장하며 토론회 거부의 이유로 든 것이다. 윤 후보는 ‘정해진 법정 토론 이외의 제안에 응할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과거 전례에 따라, 과거 양자대결이나 삼자대결이 됐을 때 합당한 수준의 토론은 당연히 해야하지 않겠나”라며 모호하게 답변했다. 2017년 대선 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방송사 주관 등 모두 6차례 토론이 있었다. 하지만 후보 간 합의가 안 되면 공식 선거운동 기간(내년 2월15일∼3월8일) 동안 선관위 주관 토론회는 3차례에 그칠 수 있다. 윤 후보는 그동안 “토론을 하게 되면 결국은 싸움밖에 안 난다”, “국민의힘 경선 (티브이 토론회를) 16번 했지만, 그 토론을 뭐 누가 많이 보셨느냐”(25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 티브이(TV)’ 인터뷰), “토론을 하려면 (이 후보가) 대장동 특검을 받고 여러 의혹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하라”(27일 대장동 현장 방문)며 티브이 토론회의 영향력을 평가절하하거나 조건을 달며 토론을 회피했다. ‘중범죄자와 토론할 수 없다’는 윤 후보의 발언에 민주당은 반발했다. 송평수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후보가 저주에 가까운 막말로 티브이(TV) 토론을 또 거부했다”며 “윤 후보는 검사가 아니라 제1 야당의 대선 후보다. 그런 분의 입에서 다시 검사로 되돌아간 것처럼 상대 후보를 ‘확정적 범죄 혐의자’로 간주하고 직접 수사라도 할 것처럼 구는 오만한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토론 없이 하지 않는다”며 “토론을 내팽개치고 대권만 잡고 보자는 발상이야말로 독재를 낳는 씨앗”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도 1대 1 정책토론을 거듭 제안하며 윤 후보를 압박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선거 정강정책 연설에서 “국민들의 가벼워진 지갑을 다시 채우고, 어려워진 경제를 회복시켜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하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실력 있는 정당과 리더가 필요하다”며 “이 자리를 빌려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께 다시 한 번 정중히 요청드린다. 국민들이 보시고 판단하실 수 있도록 주 1회 정책토론을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지방소멸대응특별법안 국회 발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하다못해 신발 한짝 사더라도 비교할 기회 주지 않냐”며 “국가 운명과 국민 삶을 책임지겠다고 하면 마땅히 국민들께 판단의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티브이 토론이 부동층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효용이 있다며 대선 후보라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권자들은 티브이 토론을 통해 후보의 메시지와 말투, 분위기, 태도, 정치인으로서의 품위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결정적 계기로 삼는 경향이 크다”며 “또 토론회가 끝나고 나면 그 내용이 뉴스 등으로 재생산되는 등 영향력이 아주 큰데 윤 후보의 ‘토론 회피’는 이런 경향에 역행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도 “이번 대선에선 소위 양당 후보가 정책 경쟁을 해온 게 아니기 때문에 특히 중도 유권자들 입장에선 어느 대선보다 토론회를 통해 정책 능력과 비전을 알고자 하고, 티브이 토론회가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연서 이재훈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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