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데이터 기업인 베셀밸류는 지난달 말 상하이항 바깥에서 대기 중인 선박 수가 이미 300척을 넘었다고 분석했고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는 상하이 봉쇄로 인해 주요 화물의 운송시간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5일 상하이시는 항구가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공식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중국 최대 항구인 상하이 양산항을 관리하는 상하이항그룹도 "상하이항에 미국 서부의 항구 혼잡에 필적하는 대혼잡은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대기 선박 수는 한 자릿수로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하이항이 임시방편으로 문을 닫지 않고 있다고 해도 운송과 조업 작업에는 이미 제동이 걸린 상태다. KOTRA 상하이무역관에 따르면 상하이를 오가는 화물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24시간 내 코로나19 음성확인서가 있어야 하고 상하이시로부터 통행증도 발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상하이시가 지난 4일 상하이 시민 2500만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면서 운전기사에 대한 코로나 검사는 후순위로 밀렸다. 검사 결과 통보가 늦어지면서 물류업체들은 화물 운전기사를 구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현지 매체 차이신은 "화물차 이동 등의 여러 요인 탓에 상하이의 컨테이너 물류는 현재 원활하지 못하다"며 "화물 물류 효율이 예전 대비 60% 수준으로 추산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에 따르면 하역 화물을 보관할 창고도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다.
항공편 결항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화물 운송 작업이 지연되면서 화물항공기 운행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상하이 노선에 취항 중인 한국 국적의 항공사는 단 한 곳도 없는 상태다.
특히 상하이 봉쇄에 앞서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라시아 철도길이 막히면서 해상 물류대란이 더욱 심화됐다. 중견 섬유업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기존 시베리아횡단철도 물량이 오히려 배편으로 이동해 유럽 내 항만이 적체되고 있어서 선박 부족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화학제품들은 취급에 따른 위험성 때문에 항공운송이 불가능하다. 상하이 봉쇄에 따른 항만 운영 차질은 화학제품 수출입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화학제품 특성상 취급 위험 때문에 항공운송이 불가능해 화학제품 관련 물류나 공급망은 피해를 입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의 경우 원부자재 화학물질 조달에 차질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원부자재로 쓰이는 화학제품 대부분이 상하이항으로 들어오는데 상하이 봉쇄 때문에 입고 시간이 더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재 원부자재 재고는 2~3개월치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기존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상하이 봉쇄가 장기화돼 상하이 항만 물류 차질이 심각해질 경우에 대비해 다양한 우회로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항공운송으로 대체 가능한 다른 품목을 취급하는 국내 수출입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하이항이 정체를 빚으며 대체 운송 수단을 찾는 기업들이 일제히 항공편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단 하루 만에 물건을 보낼 수 있던 지역도 최대 일주일 이상 운송기간이 늘어난 가운데 우선적인 화물 선적을 위한 자리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아라미드섬유를 수출하는 기업 관계자는 "항공운송 역시 화물기를 잡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데 환승 지역에서 대기하다가 다른 업체에 밀려 자리를 뺏기는 경우까지 있다"며 "환승 지역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물건을 바로바로 실어서 보내야 하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 박윤구 기자 / 한우람 기자 /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꽉막힌 물류운송…상하이 바다 선박 300척 대기, 항공기도 못구해 - 매일경제
Read More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