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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April 20, 2022

“빚만 계속 쌓여가요”...빈곤의 늪에 빠지는 장애아동 가족 - 한겨레

“아플 땐 1년에 4천만원 들기도
돌아보니 저소득층 되어 있더라”
아이한테 붙어 있어야 하는 보호자
안정적 일자리 찾기 힘들어 이중고

장애인 연평균 진료비 585만원
전체 인구의 3.4배 이상 많아

노아무개(51)씨의 8살 아들이 약을 먹고 있다. 사진은 당사자의 허락을 받고 게재한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노아무개(51)씨의 8살 아들이 약을 먹고 있다. 사진은 당사자의 허락을 받고 게재한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가족들의 인생을 포기하고 삶을 갈아 넣는 일이 너무 힘들어요.” 지적장애 1급·뇌병변장애 1급 등을 복합적으로 가진 8살 아들을 키우는 노아무개(51)씨는 지난 3월 경기도 수원에서 초등학교 입학식 날 발달장애를 가진 7살 아들을 숨지게 한 40대 엄마의 소식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지만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당시 40대 엄마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고에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20일 <한겨레>가 밀알복지재단의 도움을 받아 장애아동 보호자 4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들은 장애아동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활치료비에 신음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돌봄 부담도 더 늘었다. 이들은 장애아동을 가진 순간 ‘빈곤의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 지원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보호자들은 장애아동에 들어가는 치료비가 대부분 비급여로 구성되어 있다며 가계가 파탄지경에 처해있다고 토로했다. 뇌병변장애 2급인 8살 손녀를 키우고 있는 김채경(51)씨는 “부부가 한 달에 총 500만원의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는 데도 한 달 200만원에 달하는 아이 재활치료비를 감당하고, 아이 치료비로 쌓인 빚을 갚기 위해 한 달 90만원가량을 내면 저축까지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재활치료를 통해 그나마 아이가 ‘엄마, 아빠’라는 말이라도 하게 되고, 걸을 수 있게 돼 치료를 안 받을 순 없지만, 남편과 저 중에 한명이라도 아파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다시 빚더미에 앉을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씨는 “아이가 희귀질환을 갖고 있는데 병명이 나오지 않아 국가로부터 희귀난치병 의료비 지원 등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일 년에 1000만원 정도 치료비가 들어가지만, 한창 아이가 아플 땐 일 년에 3000∼4000만원 정도가 치료비로 들어가기도 했다. 소아 치료에 비급여가 많아서 평생 모은 몇천만원가량의 돈도 모두 써버리고 빈털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데도 활동 지원은 제한적이어서 부모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점도 이들의 상황을 계속 악화시킨다. 지적장애를 가진 11살 손자를 키우는 강순화(59)씨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월 150∼180만원을 벌던 간병인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강씨는 “아이 치료비와 생활비 포함해 한 달에 최소한 150만원 이상은 필요한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를 종일 돌보느라 생계급여 130만원가량을 제외하면 수입이 전혀 없다. 결국 기존에 있던 1000만원에 더해 계속해서 빚만 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이퍼트증후군이라는 희귀난치병을 지닌 10살 딸을 키우는 이영미(47)씨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출퇴근이 자유로운 보험영업을 하지만, 생계를 꾸리기가 버겁다. 이씨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남편과 저밖에 없는데, 매달 병원비는 막대하게 들어가니 비교적 출퇴근이 자유로운 보험영업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면서 “그런데도 정부 지원 등은 거의 없어 어느 순간 돌아보니 빚이 잔뜩 쌓은 채 저소득층이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의 ‘2021년 장애인 건강보건통계 콘퍼런스 자료집’을 보면, 지난 2018년 장애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85.6만원으로 전체인구(172.2만원)보다 3.4배 이상 많았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의 32.1%가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일상생활지원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경우는 13.5%에 불과하고, 장애인의 76.9%는 가족구성원의 돌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부는 중위소득 180%이하 가정 만18살 미만 장애아동에 한해 최소 월 14만원에서 최대 22만원의 발달재활바우처를 지원한다. 그러나 보호자들은 장애아동에 대한 치료비·돌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씨는 “아이가 태어나고 도움을 받을 곳을 백방으로 찾아봤는데, 그 어느 곳에서도 우리 가족을 도와줄 곳을 찾지 못했다”며 “신뢰할 수 있는 활동지원사들이 아이를 돌봐주고, 부모들이 한숨도 돌리면서 질 좋은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연 이화여대 교수(특수교육과)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돌봄 부담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이 거듭하여 발생했다. 활동지원시간을 배정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넘어서 국가 차원의 세심한 장애인 돌봄 체계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더불어 재정적인 부담으로 자녀에게 필요한 재활치료를 포기하는 가족이 없도록 현재의 재활 바우처를 장애인의 필요에 맞게 현실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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