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법 가지고 혹세무민”
국힘, ‘민주당 독주 프레임’ 골몰
국민의힘 의원들이 27일 국회 중앙홀 입구에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강행처리 저지를 위한 연좌농성에 돌입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합의를 사흘 만에 뒤집은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처리를 저지할 명분을 찾지 못하며 표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내부 소통 부재에 따른 합의 파기’라는 치명적 실책은 접어두고 ‘다수당 독주 프레임’ 짜기에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27일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국회 안에서 연좌농성에 돌입하며 반발 강도를 한껏 높였다. 국민의힘이 법안 저지 이유로 내세운 것은 ‘국민 여론’이다. 수사-기소권 분리 합의 당사자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민심 역주행을 멈추라”며 “민심을 거스르는 정치세력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민심을 무겁게 받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소속 의원 명의로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에선 “검수완박 법안은 민주주의에 정면 배치되는 반민주·반민생 악법”이라고 주장했고, “권력자 범죄에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자 정권비리 방탄법”이라고 민생을 거듭 언급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선인 비서실은 ‘검수완박’과 관련해 국민 투표하는 안을 윤 당선인에게 보고하려고 한다”며 “아침 간부 회의를 통해 당선인에게 ‘국민에게 직접 물어보자’고 제안하기로 했다. 비용적 측면에서는 (오는 6월1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른다면 큰 비용을 안 들이고 직접 물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헌법에서 규정한 국민투표 요건은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다. 국민투표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장제원 실장은 “(검찰 수사권 입법은) 중요한 정책이다. (헌법의 국민투표 요건) 거기에 포함돼있다”고 주장했다. 국민투표 요건이 맞는지도 논란거리이지만,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이 시행된 뒤 이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결과는 법률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결국 윤 당선자 쪽의 ‘국민투표 제안’은 실효성 없이 ‘민주당 독주 프레임’만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투표는 통일·외교·안보 관한 사안에 대해 하는 건데 (검찰 관련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법 공부 많이 한 분들이 법 갖고 국민을 혹세무민하려 한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민투표 제안이 생뚱맞다는 반응은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장 실장이 국민투표를 제안한다는데 요건이 되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모르겠는데 처음 듣는 얘기다. 검토도 안해봤다”고 답했다. 국회 본회의 개의 뒤 시작될 국민의힘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찰 수사권 축소로 인해 국민들이 입을 피해가 막심하다는 쪽에 강조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의 국회법 파괴 행위가 불법임을 부각할 수밖에 없다. 다른 카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 파기’의 책임은 여전한 부담이다. 스스로 서명한 합의안을 부정하고, 재논의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당 내부에서도 대형 실책이라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당 누리집에는 원내대표 취임 한달이 채 안된 ‘권성동 책임론’이 거세게 표출되고 있다. 이준석-권성동 등 당 지도부 일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원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오만함, 민생보다 검찰 잡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을 알리고 여론에 호소하는 쪽이 한 달 뒤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일단은 한 목소리를 내면서 당 내부 분위기를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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