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력 있게 순간순간 대응하는 ‘문자폭탄’을 보면 ‘팬덤의 지도부’가 당을 좌우하고 있는 느낌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난 3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지금의 민주당 팬덤정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특정 정치인을 향한 ‘열정적인 후원과 지지’ 단계를 넘어 정당의 주요 정책 방향을 결정할 정도로 팬덤정치가 위력을 갖게 됐다는 진단이다. 대한민국 정당정치에서도 팬덤은 존재했다.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긴 ‘민주화 투사’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광주의 아픔을 공유하는 호남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역주의와 무모하게 맞서 싸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해 지지자들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자발적으로 결성했다. 정당 가입을 통해 당내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건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층부터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노무현의 친구’인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모인 이들은 정당법 개정으로 온라인 당원 가입이 가능해진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에 대거 입당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비문·반문 의원들의 탈당으로 당이 흔들리자 ‘문재인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온라인 당원이 유입되면서 회사원·대학생 등을 비롯한 중도층까지 당의 외연이 확장됐다. 이런 당원 구성은 이듬해 총선을 앞두고 중도적 성향의 당내 인사 영입에 반영되기도 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당의 비주류에 대한 이른바 ‘문자폭탄’ 공격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당내 정치인들에게 문자폭탄이 이어졌지만 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며 ‘공격적인 팬덤’에 문제의식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민주당은 ‘100만 당원 운동’을 통해 권리당원 확장에 박차를 가했고 ‘달빛기사단’, ‘문꿀 오소리’(문재인+벌꿀오소리), ‘문파’라는 이름의 문 전 대통령 지지층은 내부 이견을 향해 본격적인 ‘입단속·입막음’에 나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에서 주류 또는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냈던 의원들에게 ‘좌표’가 찍혔다. 민주당의 팬덤정치는 올해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2030 여성들의 대규모 입당으로 전환기를 맞았다. ‘개딸’(개혁의 딸)을 자처한 이들은 적극적인 정치세력화를 지향하고 있고,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6·1 선거 출마도 이들의 열정적인 요구가 있어 가능했다. 그러나 최강욱 의원 성희롱 의혹 사건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내부 총질’이라고 비판하는 등 갈등도 빚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은 받아들일 수 있어야 ‘자신의 스타’를 살리는 팬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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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폭탄' 무기로…'내 정치인' 팬덤에서 열성당원 세력화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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