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음식 주문할 때 나트륨·당류 양 선택 기능 구현”
배달앱 “조리는 점주가 하는데…요식업계에 요청할 일”
보건복지부가 나트륨·당류 저감을 위해 배달 앱에 관련 기능을 구현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배달 앱 업체들은 “조리를 하는 것은 식당 업주인데, 배달 앱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냐”며 “실효성 없는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한다. 사진은 영등포구 한 배달전문 음식점 풍경.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배달 앱에서 나트륨·당류 양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고요? 조리하는 건 식당 업주들인데, 배달 앱이 나트륨·당류 저감을 위해 뭘 할 수 있다는 건지 도무지….” 보건복지부가 배달 음식 시장의 성장에 따른 식습관 변화를 반영해 수립한 ‘제3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의 5대 중점과제 중 ‘배달 앱 나트륨·당류 저감 기능 구현’ 항목을 놓고, 배달 앱 업체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배달 음식 시장에 관한 이해조차 없이 과제를 던져놓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앞서 복지부는 20일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에 ‘배달 앱에 나트륨·당류 저감 기능 구현’ 항목을 담고, 이를 위해 배달 전문업체들과 협의체를 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음식을 주문할 때 나트륨과 당류의 양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복지부는 “배달업체들이 ‘건강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당위성에 공감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원이 필요하면 예산·정책 등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복지부의 발표에 대해 배달 앱 업계는 “복지부가 배달 앱의 역할을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생뚱맞다는 반응이다. 한 배달 앱 관계자는 “배달 앱은 말 그대로 중개하는 역할인데, 식당 업주들에게 ‘나트륨·당류를 적게 넣으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앱에 ‘적게’ 혹은 ‘많이’라는 선택 기능을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정확한 양을 어떻게 강제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결국 조리는 식당 업주들이 각자의 레시피대로 하는 것일 뿐이라 따르지 않으면 그만인데, 이걸 누가 관리 감독한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나트륨·당류 저감을 위해 배달 앱에 관련 기능을 구현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배달 앱 업체들은 “실효성이 없는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한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논현로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복지부가 ‘배달 앱’이라는 열쇳말에 꽂혀 엉뚱한 곳에 업무 협조를 요청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배달 앱 관계자는 “나트륨과 당류 섭취가 과도해서 문제라면, 복지부가 한국요식업중앙회나 외식산업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음식점을 직접 운영하는 주체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적절한 섭취량에 맞게 조리하도록 유도할 일”이라며 “전 국민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여야 할 사안을 놓고 배달 앱에 ‘나트륨양 선택지’를 만들라고 하는 것이 무슨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혈세 낭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끝나면서 배달 앱 이용이 현저히 줄고 있는데도 외식산업 전체가 아닌 배달 앱 주문 음식만을 대상으로 정책을 마련한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빅데이터 분석솔루션 모바일인덱스의 통계를 보면, 올해 5월 기준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는 전월 대비 3.4%(112만4천여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두기 해제 전인 3월과 비교하면 9%(322만8천여명)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나트륨과 당류의 과다섭취는 배달 음식만이 아니라 포장 음식 등 외식산업 전체의 문제인데, 코로나19가 끝나 외출이 늘어난 상황에 비춰보면 뒷북 정책 같다”며 “피자·치킨 등 자체 배달을 하는 프랜차이즈 음식은 그럼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복지부가 “영양정보를 표기하는 가공식품을 확대하는 가운데 배달 음식에도 나트륨·당 수치를 표기하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보겠다”고 설명한 데 대해서는 자영업자들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배달 중심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업자인데, 나트륨·당 수치까지 표기하라니 말이 되냐”며 “정확한 양을 표시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레시피를 바꿨다가 ‘맛이 없다’며 고객이 주문을 안 하면 누가 책임을 지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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