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죽지 않도록' ILO 노동기본권 된다 - 한겨레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
제네바 총회서 ‘제5기본권’ 논의
회원국 ‘법 반영’ 기본협약 될듯
이정식 “산재 감축 로드맵 마련”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사고 현장에서 지난 1월 구조당국이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 소방청 제공.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이 국제노동기구(ILO) 노동기본권에 포함될 전망이다. 한국 같은 나라조차 여전히 산재 사망이 사회문제가 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안전과 건강이 세계적 화두가 된 가운데, 일터에서 죽지 않고 다치지 않을 권리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노동기준이자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핵심적인 권리가 되는 것이다. 7일 고용노동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국제노동기구는 제 110차 총회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산업안전보건)을 노동자 기본권 선언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회원국 정부와 노동계·경영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난달 27일 개막한 국제노동기구 총회는 분과위원회, 노사정대표 연설, 보고서 채택 등을 거쳐 오는 11일 폐막한다. 국제노동기구는 1998년 노동자의 최소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기준으로 ‘노동자 기본권 선언’을 채택했다. 현재 노동자 기본권 선언은 △결사의자유 △차별금지 △강제노동금지 △아동노동금지 등 4개 분야로 이뤄져 있는데, 4개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8개 협약이 국제노동기구 기본(핵심)협약이다. 이번 총회를 통해 산업안전보건이 노동기본권으로 추가되면 5개 분야로 확대되며, 해당 분야 협약이 기본협약으로 상향된다. 회원국들은 이를 비준하거나 비준하지 않더라도 그 내용을 법·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기본협약에 포함될 협약으로는 제115호 산업안전보건 및 노동환경에 대한 협약, 제161호 산업보건서비스 협약, 제187호 산업안전보건 추진체제 협약 등이 후보로 거론되는데, 오는 11일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2008년 115호와 187호 협약을 이미 비준했다. 임재범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은 한겨레>에 “이미 한국 정부가 2개 협약을 비준했다 하더라도,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이 협약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산업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노동자들의 참여가 적절히 보장되고 있는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는 2019년 이미 ‘일의 미래를 위한 100주년 선언’(100주년 선언)을 통해 “산업안전보건은 인간다운 노동의 기본”이라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당시에 곧바로 노동기본권으로 추가하려 했지만, 위원간 이견이 있어 실현되지 못하다 이후 논의가 진전됐다. 2019년 국제노동기구 자료를 보면, 전세계에서 매년 278만명이 업무상의 사유로 숨지고, 이 가운데 240만명은 업무상 질병을 이유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연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94%에 달한다. 한편,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날 총회 연설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제5의 노동기본권에 포함하는 논의가 이뤄지게 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모두가 산업재해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산업재해를 감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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