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할때마다 부재중” 노동자 청원 10건 중 근로감독은 3건 - 한겨레

근로감독 청원 늘어나는데 실제 감독 비율 30% 그쳐
‘근로감독관 갑질 보고서’ 발행…피해자만 가슴앓이

개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맞아 시만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0월14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거리투표와 전시회 등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제 담당 근로감독관은 전화할 때마다 부재중, 조사중이라며 쉽게 전화가 연결된 적 조차 없습니다. 콜백도 당연히 없고요. 메일을 보내도 기본 3∼4일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근로감독관의) 근무태만 및 갑질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직장갑질119 제보자 ㄱ씨) “사건을 진행하는 동안 근로감독관이 내내 회사 편을 들었고 화해를 종용했습니다. ‘이대로면 회사에 들어가지 못할텐데 그만두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도 사건 처리에 영향을 줄까 봐 (근로감독관에게) 문제 제기도 못했습니다” (직장갑질119 제보자 ㄴ씨)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관할 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을 마주한 직장인들은 이렇게 토로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이같은 제보와 더불어 현행 근로감독관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담아 ‘근로감독관 갑질 보고서’를 발행했다고 12일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 자료를 받았고,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단체에 접수된 제보를 분석해 보고서를 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감독관이 19개 노동관계 법률과 관련한 사건을 조사하고, 사법경찰관 역할을 하는 등 권한이 크지만 노동자들의 기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근로감독 실시 비율은 해마다 감소했는데, 지난해 노동자들의 근로감독 청원 신청 건수는 2740건이었지만 근로감독관이 실제로 감독을 나간 건수는 874건으로 31.9%에 불과했다. 2016년 근로감독 실시 비율이 69.2%였던 반면 2020년 33.1%가 돼 절반으로 줄었고, 올 상반기는 20%대(29.2%)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해 신청 건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견줘 실제 감독 건수는 줄었던 것이다. 단체는 보고서에서 “근로감독 청원을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거절당하거나 신고 후 익명보장이 되지 않아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근로감독 청원 신청 및 처리 현황. 직장갑질119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노동자가 진정을 제기해도 근로감독관의 처리 기간은 늘어지는 ‘늑장 대응’ 문제도 고질적이지만, 진정인이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단체의 분석 결과 근로감독관 1인당 처리 사건 건수는 2016년 2307건에서 2021년 157건으로 절반(49%)가량 감소했음에도 같은 기간 사건 평균 처리 일수는 4.2%(2016년 48.1일→2021년 41.6일) 줄어 늑장 처리 문제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한 사례자는 “임금체불 진정을 했는데 더 기다리라는 말만 들으며 9개월을 기다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직장갑질 119는 “피해 노동자가 사건 처리에 불만이 있어도 불이익에 대한 걱정 없이 문제제기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며 “노동자는 근로감독관 기피신청을 할 수 있지만 고용노동부가 기피제도 현황에 대한 자료 제출을 거부해 실태 파악조차 어렵다. 노동자는 ‘갑질’하는 사장을 신고하러 노동청에 가서 근로감독관의 ‘갑질’에 또 운다”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감독관의 질적 역량 강화 △근로감독관 규정 위반 전담 신고센터 운영 △사건 처리 절차 및 진행 상황 고지 △재진정 지침 개정 △진정인 입증책임 경감 △근로감독관 감수성 강화 등의 근로감독관 제도 운영 관련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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