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에 ‘노무현시민센터’ 개관
주말 맞아 다양한 연령대 방문
지하 1층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생애 전시 공간. 서혜미 기자
“저는 오늘의 현실을 진단하는 데 민주주의가 많이 아쉽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데 왜 일찍 만족하고 포기해버릴까, 이런 답답함이 있습니다.”(2008년 1월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신년인사회 인사말 중) 24일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원서동의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시민센터’(노무현시민센터) 1층 한쪽 벽면에 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상이 재생되자, 이를 지켜보던 노무현재단 회원과 관람객들이 박수를 쳤다. 지난 23일 개관한 노무현시민센터는 이날 주말을 맞아 찾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계속됐다. 중장년층과 청년층,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조부모 등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들이 이곳을 찾았다. 노란색 상의‧노란색 마스크‧노란색 스카프·밀짚모자 등을 착용한 방문객들도 눈에 띄었다.
24일 오후 노무현시민센터를 방문한 관람객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을 보고 있다. 서혜미 기자
노무현시민센터는 시민의 정치 참여를 강조한 노 전 대통령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건립이 추진됐다.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로 건축된 센터는 1층부터 3층까지 한쪽 벽을 메우고 있는 서재가 눈에 띈다. 노 전 대통령에게 영향을 끼친 책들을 만나볼 수 있다. 2층은 시민들이 강의를 듣고 토론도 할 수 있는 공간이고, 지하 1층은 노 전 대통령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공간이다. 아침 6시30분께 부산에서 출발해 6시간 만에 도착했다는 박재권(57)씨는 “1층에서 3층까지가 벽면 서재로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어 단절된 느낌이 안 든다"며 "시민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건립 의도에 맞게 공간이 마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에 상영된 노 전 대통령의 다큐멘터리를 본 뒤 센터를 둘러보던 정준영(32)씨도 “공간 자체가 탁 트이고 밖의 전경도 보여서 누구나 다 와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 같다”며 “독서토론 모임을 하는데 여기에 와서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위치한 노무현시민센터 내 ‘노무현의 서재’. 서혜미 기자
센터를 찾은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하 1층에서 판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방명록을 남긴 신준희(56)씨는 “노 전 대통령은 이전에 우리가 볼 수 없었던 대통령이었다. 황망하게 돌아가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와 북촌 나들이를 왔다가 들렀다는 최아무개(40)씨는 “돌아가셔서 더이상 볼 수 없고 영상으로만 볼 수 있다는 게 (가슴이) 짠하다”고 말했다. 노무현시민센터는 지난 201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년을 맞아 설립이 추진됐다. 운영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저녁 8시다. 개관을 맞아 오는 25일까지 음악공연·연극·민주주의 놀이 등의 프로그램이 열린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개관식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손수건 매듭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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