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게 부당노동행위라는 법원 판단이 12일 나왔다. 노동계는 ‘진짜 사장’인 원청의 책임을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원청과 간접고용노동자의 교섭을 보장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이날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택배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중노위의 판단이 옳다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이날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식에 근거해 내려진 법원의 합당한 판결을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은 진짜 사장의 교섭 의무를 명시하는 노조법 2조, 3조 개정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재확인한 것으로, 국회에 조속한 해당 법안 처리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2021년 7월 CJ대한통운이 소송을 제기한 지 1년6개월만에 나왔다. 택배노조는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정식 노조로 인정받았지만, CJ대한통운이 계속 교섭 요청을 거부하며 갈등이 커져 왔다. 택배노조는 2020년 9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CJ대한통운의 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라며 구제신청을 넣었다. 지노위는 같은 해 11월 택배노조의 신청을 각하했지만, 중노위는 2021년 6월 택배노조의 손을 들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6년을 기다리는 동안 수많은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에 숨졌다”며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오늘 판결로 우리 택배노동자들의 마음이 좀 어루만져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진 위원장은 “파업하고 싶어 파업하는 노조가 어디 있겠나”라며 “교섭할 대상이 없다 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투쟁밖에 없었지만 원청은 과격하다고 비난하고, 파업하면 국민도 불편하고 저희도 가정 생계가 거의 초토화된다”고 했다. 이어 “오늘 판결이 노조가 원청이 머리를 맞대고 산적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유성욱 택배노조 CJ대한통운 본부장은 “진짜 사장이 나와야 문제가 해결되고 더이상 불필요한 분쟁과 갈등이 없어질 것이라고 수도 없이 외쳤지만 CJ는 계약관계가 아니라면서 단 한번의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CJ대한통운이 판결을 존중해서 전향적으로 교섭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로 특수·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과 대화할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봤다. 택배노조를 대리한 조세화 변호사(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법률원)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간접 고용된 수많은 노동자가 실질적 결정권이 있는 원청 사용자와 노동조건 개선을 이룰 수 있는 대화의 장이 폭넓게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과 원청의 교섭을 보장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오늘의 판결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노동시민종교학술법률 단체들이 일관되고 줄기차게 요구했던 노란봉투법 요구가 정당했음을 판단한 것”이라며 “국회는 오늘의 판결에 근거해 지금이라도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진 위원장은 “국회 논의과정에 물꼬 틔워주는 이런 의미 있는 판결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했다.
CJ대한통운이 항소를 예고하면서 법정 싸움은 계속 이어져갈 것으로 보인다. 진 위원장은 “CJ대한통운이 항소를 이유로 또 교섭을 거부한다면 노조는 다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교섭을 거부하면)CJ대한통운 사장을 부당노동행위로 형사고발하고 노조에 주어진 모든 법적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라도 원청과의 교섭을 강제할 것”이라고 했다.
“택배기사 교섭 상대는 CJ대한통운” 판결에 노동계 “환영” - 경향신문
Read More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