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동명이인 불법사찰…진실화해위 “중대한 인권침해” - 한겨레

군사정전위 북쪽 대표 장정환 아들로 여겨 사찰
신상 다른 동명이인…진실화해위, 진실규명 결정

1991년의 판문점 군사정전위 모습. 유엔군 대표와 공산측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육군 방첩·보안부대 수사관들은 엉뚱한 사람을 군사정전위 공산측 대표의 아들이라고 판단하고 14년간 감시와 불법 사찰을 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장아무개씨는 1962년께부터 1975년께까지 14년간 군의 감시와 사찰을 당했다. 육군 방첩·보안부대는 한국전쟁 중 월북한 장씨의 아버지가 1961년 5대 군사정전위원회 공산측 수석대표 장정환 북한군 소장이라 여기고 지속적으로 민간인인 장씨를 사찰했다. 그러나 장씨 아버지와 군사정전위원회 공산측 수석대표였던 장정환은 생년월일, 출생지, 학력과 경력이 모두 다르고 성명의 한자 표기도 일치하지 않았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12일 62차 전체위원회에서 장씨 사건을 포함한 3건의 ‘불법사찰·연좌제 피해 사건’에 대해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육군 방첩·보안 부대가 정당한 직무 범위를 일탈해 피해자들의 민감한 사적 정보를 무제한으로 수집·관리했으며, 피해자들은 사회적 압력으로 잦은 이사를 포함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1961년부터 1964년까지 군사정전위원회 공산측 수석대표를 지낸 장정환 은 2013년 처형당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의 삼촌으로 알려져 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대해 위법한 감시와 사찰로 발생한 일체의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적절한 화해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또한 1980년 쌍용양회 영월공장에 재직했던 이아무개씨가 신청한 ‘반공법위반 불법구금·고문 등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해 진실규명하고 재심 등을 권고했다. 이는 당시 이아무개씨가 식당에서 동료들과 대화하던 중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그 구성원인 김일성의 활동을 찬양, 고무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했다는 이유로 영월경찰서에서 조사받은 뒤 구속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이씨는 대화에서 “요즈음 텔레비전에서 전두환 대통령만 하루종일 나온다, 대한민국 국민은 속아서 산다, 이북이 더 낫다, 사실상 전두환도 벼를 베고 김일성이도 벼를 베는데 전두환만 추켜세우고” 등의 발언을 했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의 판결문, 수사·공판기록, 수사관의 인사기록카드 등 각종 자료를 조사하고 신청인과 참고인 8명, 당시 수사관 등을 대상으로 진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씨는 최소한 1980년 10월30일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된 1980년 11월11일까지 13일 동안 불법 구금됐고, 수사 과정에서 물고문 등 가혹행위와 허위진술 강요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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