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카페는 독서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스터디카페를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의 적용을 받는 독서실과 동일하게 보고 규제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는데 대법원이 판단 기준을 내놓은 것이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스터디카페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2일 학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ㄱ씨는 2019년 8월부터 경기도 수원시에서 스터디 공간과 컴퓨터 사용공간, 취식공간을 둔 24시간 무인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던 중 2020년 3월 교육지원청이 ‘무등록 독서실 영업’으로 고발하면서 재판에 넘겨졌다. 그동안 스터디카페를 사실상 독서실로 봐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왔다. 학원법은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에 대해 학원법 적용 대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서실은 학원법상 학원에 해당해, 일정한 시설을 갖춰 교육감에게 등록하고 지자체 조례에 따라 밤 12시 이후 영업이 제한되는 등 각종 규제를 받고 있다. 학습환경 유지를 위해 관리인력인 ‘총무’를 채용할 경우엔 성범죄·아동학대 범죄 조회도 거친다. 반면 스터디카페는 독서실과 시설은 유사하지만, 학원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4주(28일) 단위로 정기권을 판매하고 있다. 학원법 적용을 받지 않으니 24시간 무인영업을 하는 곳도 상당수다. 이 때문에 ㄱ씨 사건의 1·2심은 ㄱ씨가 스터디카페를 독서실처럼 운영하면서도 학원법은 회피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급심은 “자리의 칸막이 설치 구조상 일반적인 카페처럼 타인과 대화를 하기는 불가능해 보이는 점, 제공되는 컴퓨터나 음료도 판매가 주목적이라기보다는 좌석을 이용하는 고객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일부 이용자에게 고정석이 제공되고 정기권 결제가 가능한 점”을 근거로 ㄱ씨가 무등록 독서실을 운영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스터디카페가 독서실과 유사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시설이용 목적이 학습으로 제한됐는지, 학습 외 목적으로 이용되는 공간의 존부와 면적, 이용자의 이용실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ㄱ씨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ㄱ씨의 스터디카페가 △스터디 공간 외에 피시(PC)존, 취식공간 등이 존재하는 점 △소모임을 위해 스터디룸 대여도 가능한 점 △정기권도 28일짜리라 30일 미만으로 구성된 점 등을 들어 독서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부금 스터디카페독서실연합회 공동대표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학원법 적용을 받는 독서실은 (여러 규제 등으로) 지출이 커서 이런 이유로 독서실 대신 스터디카페를 하는 분들이 많다. 스터디카페에 학원법이 적용된다고 하면 독서실을 했을 것”이라며 “스터디카페는 퇴근하고 오는 직장인도 다수이기 때문에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지만, 무인영업을 하더라도 시시티브이(CCTV)와 무인경비시스템을 통해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스터디카페가 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주장해온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4시간 운영 스터디카페에서 학원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청소년 상대 심야교습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으며, 무인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청소년 안전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변호사)는 “스터디카페가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이라는 점, 학원법 취지가 학생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감독이란 점을 고려하면 기계적인 판단이란 생각이 든다”며 “대법원 판결은 하급심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법 개정이 절실하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줬으면 한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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