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군 송곡항 앞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조유나 양(11) 어머니 이모씨(35)가 여행을 떠나기 전 수면제 처방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1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9일 전남 완도군 송곡항 앞바다에서 수습된 이씨의 소지품에서 의약품 봉투를 발견해 해당 의료기관에 진료 사실이 있는지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이씨는 여행을 떠나기 전인 지난 4월과 5월 1차례씩 해당 의료기관에서 불면증 등을 이유로 수면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이씨가 처방받은 수면제의 종류와 양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경찰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요청한 관련 자료가 도착하는 즉시 의약품 구매 내역 등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전날 조양 가족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으나 정확한 사인을 밝히지 못했다. 경찰은 현재 약물·독극물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인 조양 가족은 지난 5월 '제주 한 달 살기 체험'을 하겠다며 교외 체험 학습을 신청한 뒤 자취를 감췄다. 조양 가족은 지난 5월 30일 오후 11시께 승용차로 완도군 신지면 한 펜션을 빠져나갔다가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지 29일 만에 송곡항 앞바다에 가라앉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조양의 아버지 조모씨(36)는 인터넷으로 수면제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단어를 여러 차례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 TF’ 단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에 관한 정부의 조사결과가 최근 뒤집히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병주 의원은 1일 관련 조사를 위해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수사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국가안보실 조율의 ‘톱다운’(하향식) 지시에 따른 수사결과 변경이 의심되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와 해양경찰은 2020년 9월22일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에 대해 당초 ‘자진 월북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달 16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선 ‘월북 시도를 입증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군과 해경이) 입장 번복을 발표하면서 새 증거나 정황은 제시하지 않았고 같은 ‘팩트’(사실)을 갖고 해석만 뒤집었다”며 “해경은 이번 최종수사 결과 발표 전에 합참의 정보 판단을 다시 열람·분석하지 않았고 관련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해경은 ‘(군의) 특수정보(SI)에 접근할 수 없고 증거 수집도 하지 못해 수사를 중지하고 월북 판단을 뒤집을 수밖에 없다’는 어이없는 결론을 내렸다”며 “수사 당시엔 (합참에) 와서 (SI를) 열람하고 갔지만, 최종 발표 땐 SI 원본이나 근거, 증명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못하겠단 어이없는 얘기를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TF는 이씨 사건 당시 발생 당시 군이 확보한 SI 열람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합참이 사건 발생 직후 ‘월북’ 가능성을 판단했던 근거와 해경의 수사 진행 절차를 검토하고, 나아가 이번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현 정부 국가안보실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겠단 계획이다.
TF 위원인 이용선 의원도 “(이씨의) 구명조끼와 부유물, 공무원 인적사항 등 (북한군의) 대화 내용이 담긴 SI를 확인하면 당시 월북으로 판단한 증거를 확인할 수 있다”며 “점검과정을 통해 월북에 대한 쓸데없는 공론 낭비가 종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터무니없이 불행한 (이씨) 피살사건을 ‘월북몰이’란 방식으로 소환해 지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고, 반(反)인륜적이라고 낙인찍은 윤석열 정부의 최근 움직임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도 “긴급한 안보상황에 대해 군이 내린 정보 판단을 정부가 바뀌었다고 뒤집고, 객관적 팩트가 없는 상황에서 (수사결과를) 번복한다면 정보 판단을 토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군 입장에선 큰 혼란”이라며 “작금의 상황을 국기문란이라고 규정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4일 본회의를 열어 후반기 국회의장을 선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의원총회에서 7월4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을 단독 선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애초 1일 본회의를 열겠다는 계획을 사흘 늦춰, 주말 사이에 국민의힘과 원 구성 협상을 하겠다고 여지를 남긴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7월4일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을 선출하기로 결론 내렸다”며 “그때까지 국민의힘이 양보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에 양보하고 설득해나가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원들의 뜻이 확인돼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7월4일 본회의를 개최하겠다는 것도 불법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반발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170석 압도적 다수의 힘을 이용해 본회의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신망을 잃을 뿐 아니라 폭주족의 근육자랑에 불과하다는 조롱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불법적 본회의와 부당한 의장선출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법적 다툼도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됐다. 진보성향 신문들은 고물가에 비해 최저임금 인상 폭이 미미한 점을 중점적으로 지적한 반면 보수·경제 신문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대조적인 시각을 보였다. 진보성향 신문들은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인 노동자들의 하소연에 주목했고, 보수·경제 신문들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부각했다.
한겨레 경향 “실질임금 삭감”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물가 상승 대비 최저임금 인상 폭이 미미한 점을 짚었다. 한겨레는 “올해 물가상승률 수준의 인상률로서, 실질임금은 동결한 것이라 할 수 있다”며 “경제성장이나 노동생산성 증가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삭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치솟는 물가를 감안하면 실질임금은 삭감될 수밖에 없다”며 “저임금 노동자들의 팍팍한 삶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내년에는 따로 받던 식대나 교통비 같은 복리후생성 금품이 최저임금에 더 많이 산입된다”며 “노동자의 최저 생계비 보장이라는 최저임금 도입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는 일”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최저임금, 내게는 최고임금... 항상 마이너스 생활” 한숨’ 기사를 통해 미미한 최저임금 인상폭으로 피해를 보는 노동자들을 조명했다. 빌딩에서 청소 업무를 하는 남미해씨의 경우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인 상황이다. 경향은 이들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결정 소식에 시름이 더 깊어졌다”며 “3고(고물가, 고금리, 고유가)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최저임금 이미 상당히 높아”
한국경제 “임금발 인플레이션 우려”
반면 보수·경제 신문들은 이번 인상폭조차도 높다며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이들 신문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최저임금 인상이 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을 부각했다.
한국경제는 ‘최저임금 6년간 48%올라... ‘임금발 인플레’에 기름 부었다’’ 기사를 내고 “최저임금이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되면서 임금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물가가 추가로 오르는 악순환에 빠지고, 그 결과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을 비중 있게 전했다. 이 주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입장문 내용이다.
중앙일보는 ‘321만 명이 최저임금 못 받는데, 무작정 올리다니’ 사설을 통해 “최저임금 대상자 가운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지난해 321만5000명에 달했다”며 “최저임금이 현실과 괴리가 있어 현장에서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결국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고 알바 자리라도 절박한 구직자로부터 고용의 기회를 앗아갔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임금 올려줄 여력 없어 이러면 알바생 못쓴다” 중소 상공인들의 한숨’ 기사에서 “직원 해고를 고려하고 있다” 등 소상공인 자영업자 커뮤니티 글 내용을 전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62.5%, OECD 국가 중 7번째’ 기사를 통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과 거리두기’에 중앙도 “바람직하지 않아”
1일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의 의미를 분석했다.
우선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공통적으로 ‘중국’과 거리를 두게 된 점을 다뤘다. 경향신문은 ‘나토와 가까워진 만큼 중러와 ‘거리’’ 기사를 내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나토의 중국 러시아 견제 강화에 호응한 것”이라며 “이는 큰 틀에선 한미동맹을 외교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고 미국과 행보를 같이 하려는 윤석열 정부 외교 전략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한겨레 역시 “윤 대통령이 반중기조 본격화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해선 중앙일보가 조선·동아일보와 달리 ‘한중관계’를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사설을 통해 주문했다. 중앙일보는 “중국은 교역 규모면에서 미국 일본 유럽보다 많고, 북한 비핵화 등 안보와 관련한 사안에서도 긴밀히 협력해야 할 나라”라며 “한국이 이런 중국과 등을 돌리고 대중 포위망에 앞장서는 것처럼 비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중국’과의 거리는 멀어진 반면 ‘일본’과의 관계는 가까워질 전망이다. 조선일보는 이를 전달한 반면 한겨레는 우려를 표명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 “한일정상, 톱다운 방식으로 관계개선 기대”’ 기사를 내고 정부의 ‘관계개선 기대’ 입장을 전했다. 반면 한겨레는 ‘한일 ‘관계 개선’ 의지 확인, 군사협력 논의는 경계해야’ 사설을 내고 “곧바로 한미일 군사협력이 이슈로 떠오르는 모양새는 우려스럽다”며 “자칫 관계 개선을 서두르다가 우리의 원칙을 잃고 저자세 외교에 빠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또 ‘문재인 정부 인사’ 정조준
조선일보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민변 출신 검찰 인사들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국책 연구원장들도 ‘정조준’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일 사설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과 대통령 직속 위원장뿐 아니라 국책 연구원장들이 새 정부에서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지목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소득주도성장을 설계하고 주도한 홍장표 KDI원장을 지목하며 “이런 인물이 소주성 폐기를 선언한 새 정부와 어떻게 함께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 이태수 보건사회연구원장 등을 언급하며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오히려 검찰에서 문재인 정부와 큰 인연이 없더라도 ‘낙인’이 찍히는 문제를 조명했다. 최근 검찰에선 인사를 통해 좌천과 줄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어쩌다 자리를 맡았을 뿐인데 지난 정부의 사람으로 찍혀 좌천된 검사들은 충격이 큰 상태”라는 한 부장검사의 발언을 전했다.
은퇴 앞둔 강상현 연세대 교수 인터뷰
22년 수업 1만4740분 녹화
“판자촌 출신 키워준 고마운 학교”
후배들 위해 장학금 1억원 기부
오는 8월 정년퇴임하는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가 22일 오후 서울 신촌동 연세대 연희관 연구실에서 그동안 '현대화법' 강의 수강생들이 과제로 제출한 테이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요즘, ‘국·영·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들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는 미디어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국가 차원의 미디어 교육으로 수용자가 좋은 언론을 골라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언론 신뢰도 회복될 거라고 봅니다.”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연희관에 있는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언론학자 강상현 연세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는 언론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사그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 신뢰 회복을 위해선 수용자들의 ‘골라보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 소비자들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 정치·경제세력과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은 단호히 반대하고,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을 선택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소비자들이 원하는 쪽으로 언론이 바뀔 거라는 얘기다. 지난 32년간 언론학자로서 강단에 서고, 제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2022학년도 1학기를 마지막으로 모교에서 은퇴해 명예교수가 된다. 그의 연구실 책장 한쪽엔 여전히 비디오테이프와 시디(CD)가 가득했다. 여기엔 1997년 1학기 연세대 부임 이후 줄곧 맡아 온 ‘현대화법’(스피치소통론) 수업에서 학생들을 찍은 영상이 담겨 있다. “수업 실습과제 중 하나인 ‘자기소개 5분 스피치’와 ‘조별 토론’을 영상으로 남겨 학생 본인이 말하는 소리, 내용뿐 아니라 표정, 몸짓, 시선, 의상, 청중의 반응 등을 모두 보면 자신의 말하기 습관을 점검하고 수정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 영상 기록 매체는 테이프, 시디, 유에스비(USB) 등으로 변했지만, 이렇게 찍어 모은 영상이 22년 치, 1만4740분 분량에 달한다고 한다. 강 교수는 이러한 기록을 두고 ‘보물’ 같다며 “유명인이 된 제자들의 모습도 많이 담겨 있다”고 했다.
오는 8월 정년퇴임하는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가 22일 오후 서울 신촌동 연세대 연희관 연구실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강 교수는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지금도 가장 기본적인 미디어는 ‘말’이라며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능력, 듣는 사람에 대한 고려와 배려, 자신이 하는 말에 대한 준비와 훈련 그리고 여러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 등은 오늘날에도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성공의 길로 향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항상 학생들에게 “‘말 잘하기’보다 ‘잘 말하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경청’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할 때 국회에 가면 항상 의원들은 질문해놓고 답을 못하게 하더라고요. 우리 사회에 자기 얘기만 하려는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 순간이었죠. 말이란 결국 상대방과의 소통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이해하는 데에서 ‘잘 말하기’가 시작되고,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설득 행위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강 교수는 지난 2009년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 2012년 한국방송학회 회장 등 언론학자로서 정치논리에 흔들리지 않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의 중요성을 등을 주장해왔다. 그는 “여야를 막론하고 야당 때 주장하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집권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무시하는 관행이 있다”며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일관된 철학이 아쉽다”고 했다. 2018년부터 3년간은 제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을 맡아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심의와 인터넷 게시글 등 통신분야 심의를 총괄했다. 그는 “임기 동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이 크게 사회 문제가 되면서 디지털성범죄 소위원회를 신설해 관련 내용물을 신속하게 규제함으로써 2차 피해를 막은 것이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했다. 학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연세대에서 평생을 보낸 강 교수는 “연세대는 판자촌 출신으로 가난했던 제게 장학금을 주고, 생활비까지 챙겨주면서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 참 고마운, 나를 살려준 학교”라며 “저와 처지가 비슷한 후배들도 학교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 은퇴하며 모교에 1억원을 기부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15년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떠나보낸 후에도 1억원을 아내의 모교인 서강대에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 딱딱한 논문 등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 꿈이었던 ‘문학’에 도전할 계획이다. “저는 학생들에게 ‘인생은 역동성의 등가물’이라고 종종 말했어요. 움직이는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지요. 저 또한 자신감을 가지고 매사에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이젠 전공 책보다는 살아오면서 시나 수필처럼 느낀 것을 정리한 글들을 쓰고 싶어요. 우리 말 우리 글로 된 값지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오는 8월 정년퇴임하는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가 22일 오후 서울 신촌동 연세대 연희관 앞에 앉아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시판 허가를 받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109,500 +1.39%)의 스카이코비원이다. 한국은 자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모두 보유한 국가 반열에 올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9일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멀티 주사제의 품목허가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식약처 허가에 따라 국내서 이 백신을 만 18세 이상 성인의 코로나19 예방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4주 간격으로 두 번 맞는 방식이다.
앞서 지난해 2월 5일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시판 허가를 받으면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의 물꼬를 텄다. 이날 백신까지 허가 받으면서 한국은 자체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보유한 국가 반열에 올랐다.
식약처는 2020년 9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허가전담심사팀을 꾸리는 등 제품을 신속하게 허가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2020년 12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된 뒤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해외 제약사에서 개발한 백신이 폭넓게 활용되면서 국산 후발 백신의 임상시험을 마치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식약처는 기존 백신과 새로 개발하는 백신의 효과를 비교하는 방식의 임상시험을 3상시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면역원성 비교임상시험은 올해 3월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도 반영됐다.
한국과 필리핀, 우크라이나, 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에서 임상시험을 마친 SK바이오사이언스는 4월 29일 스카이코비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식약처는 3중 자문 절차를 통해 정확성을 높이면서도 통상 180일 걸리는 허가 기간은 대폭 단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코비원을 WHO 긴급사용목록(EUL) 백신에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국가 백신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리티 등을 통해 저개발 국가 등에 백신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전통적 백신 개발 방식으로 꼽히는 단백질 재조합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 백신은 안정성이 높아 2~8도 온도로 냉장보관할 수 있다. 초저온 보관해야 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보다 활용도가 높을 것이란 평가다.
20일만에 확진자 수 1만명 넘어
29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1만463명
감염재생산지수 4월 말 0.7서 1.0으로↑
“유행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
김포-하네다 항공노선 운항이 재개된 29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에서 탑승객들이 출국 수속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9일 이후 20일 만에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었다. 감염재생산지수도 1.0으로 올라서며, 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됐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환자 1명이 주변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로, 1 이상이면 유행이 확산하고 1 미만이면 유행이 억제된다는 뜻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9일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은 지난 6월9일 이후 20일만에 처음으로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말 0.7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계속 증가해 어제는 1.0까지 올라왔다”며 “감염재생산지수가 1을 넘어섰다는 것은 코로나 유행이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조정관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공통적인 원인으로는 BA.4, BA.5 등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여름 휴가철 이동이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9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만463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3일부터 최근 1주간 확진자 수는 7493명→7221명→6788명→6240명→3424명→9896명→1만463명 추이를 보였다. 6월 넷째주 BA.5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국내 감염 7.5%, 해외 유입 32.8%로 전주보다 각각 5.5%p, 19.5%p 늘었다. 이 조정관은 “우리나라도 변이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며 “여름 이동량의 증가로 보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보수언론·여당 “사퇴하라” 압박
검찰은 2년전 고발 사건 조사
감사원, 이례적 정기감사 방침
“사퇴요구 자체가 방통위법 위반” 지적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에 대한 일부 보수 언론과 여당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2년 전 보수 단체가 한 위원장을 고발한 사건에 대한 조사를 다시 시작했고, 감사원은 방통위 감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언론·시민사회단체와 미디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현 정부가 과거 이명박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권력기관과 보수 단체 등을 끌어들여 언론 장악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한 위원장 ‘찍어내기’ 논란
한상혁 위원장 ‘찍어내기’의 신호탄은 <조선일보>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함께 쏘았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달째인 지난 9일 조선일보가 한 위원장 등 ‘문재인 정부의 기관장’들 사이에서 ‘버티기 기류가 감지된다’고 보도하자, 권 원내대표가 뒤를 이어 가세했다. 그는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을 가리켜 “대통령이 바뀌었으면 국정과제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물러나는 게 맞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박성중·황보승희·허은아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같은 날 단체 성명을 통해 한 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전날 조선일보가 보도한 한 위원장의 농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한 위원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리였다. 검찰은 보수 성향 시민단체의 한 위원장 고발 사건을 2년 만에 꺼내들었다.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던 16일, 서울남부지검은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라는 이름의 단체가 2020년 8월 한 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기준 점수를 넘긴 <채널에이(A)>의 재승인을 의결하지 않고 보류 결정을 내린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 고발인 주장이었다. 한 위원장이 자진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힌 직후인 21일엔 방통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착수 방침이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올해 예정된 정기감사일 뿐이라고 설명했으나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24일 <한겨레>와 만나 “방통위도 감사 대상 기관이기는 하지만 특정감사도 아닌 정기감사를 이렇게 전격적으로 실시한다는 건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27일엔 보수 성향인 한국방송(KBS) 노동조합과 문화방송(MBC) 노동조합도 한 위원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 ‘사퇴의 이유’, 설득력 떨어져
언론·시민사회단체와 미디어 학계 등에서는 야당과 보수 단체가 한 위원장의 사퇴 이유로 내세우는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 위원장에 대해 “국정과제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방통위의 올해 업무계획과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는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미디어 분야 주요 국정과제로 ‘공영방송의 재허가 제도를 대체하는 협약제도 도입’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미디어 산업 규제 혁신’ 등을 제시했다. 이는 방통위의 2022년 업무계획에 대부분 담긴 내용들이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정부가 인수위 시절에 발표한 공영방송 협약제도 도입과 지배구조 개선 등 공영방송 정책, 대기업의 지상파 지분 소유제한 완화와 방송광고·편성·심의 규제 혁신 등 규제 완화 정책은 5기 방통위의 정책과제와 거의 동일하다”며 “정부가 약속한 미디어 산업 관련 규제 완화의 흐름대로 이미 방통위가 나아가고 있는데 ‘정책기조가 맞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보수 단체가 문제 삼는 종편 재승인 보류 의혹은 종편 쪽의 입장만 반영한 주장에 그친다는 반론이 나온다. 한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법세련 쪽에서는 2020년 3월 방통위가 채널에이에 대한 재승인을 심사 과정에서 ‘보류’한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데, 외려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을 비롯한 주요 언론단체들은 방통위가 취재 윤리 위반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채널에이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한 것이 정치적 고려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 사퇴 요구 자체가 방통위법 위반 주장도
미디어 전문가들은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합의제 독립기관의 기관장을 임기와 관계없이 사퇴하라고 압박하는 것 자체가 방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 취지에 맞지 않는 만큼 정부·여당은 법이 정한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통위원장이 위원회를 대표하기는 하지만 위원회 운영은 여야가 3 대 2 구도로 추천한 5명의 위원 합의제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한 위원장을 흔드는 쪽에서는 위원장 한명을 바꿔 3 대 2 구도를 뒤집으면 (다수 위원을 대표하는) 위원장 마음대로 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는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의 성격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김 교수는 “한 위원장의 임기가 남았는데도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도 방통위법의 목적과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을 지낸 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통위는 다른 정부 기관과 달리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더욱 중요하기에 합의제 독립기관의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이라며 “비록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이미 정해진 기관장의 임기는 보장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피살된 공무원 월북 정보 담겼다지만
공개 땐 최대 6개월 대북정보 공백
미국 정보자산 결합…항의 전례도
지난 2020년 9월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당시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피살된 이대준씨가 월북했다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유족들의 강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관심을 보였으며, 새 정부 출범 뒤 해양경찰청은 수사 결과를 번복했다. 사건이 발생한 2020년 9월 문재인 정부는 당시 북한군의 무선통신 내용을 감청한 ‘에스아이(SI. Special Intelligence. 특수정보)’를 근거로 ‘이씨가 월북했다’고 판단했다. 에스아이 공개를 촉구했던 국민의힘은 이제 사건 당시 청와대 대응을 확인할 수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대통령기록물) 공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건을 보고받고 이씨가 숨질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밝히겠다는 것이다. 대통령기록물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열람할 수 있다.
1일 감청정보 1300시간 분량…미군 정보 결합해야 시너지
에스아이는 국회 동의 없이 윤 대통령이 공개할 수 있지만 윤 대통령은 공개에 부정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출근길에 에스아이 관련 질문을 받고 “국민에게 그냥 공개하는 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걸 공개하라는 주장 자체는 받아들여지기가 어렵지 않나 싶은데”라고 답했다. 평소 튼튼한 안보와 한미동맹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 처지에서 에스아이 공개는 선택하기 무척 어려운 결정이다. 안보 약화와 미국의 반대라는 큰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에스아이를 공개하면 먼저 우리 군의 대북 감청 수단과 능력이 드러나는 군사보안 문제가 생긴다. 대북 감청부대는 24시간 북한 전역의 무선통신을 수집한다. 북한군 전체 통신의 75%를 감청한다고 한다. 고성능 컴퓨터가 북한 전역에서 나오는 수많은 전파를 탐지해 주파수를 파악하면 정보요원들이 통신 내용을 검토해 시시콜콜한 내용은 버리고 주목할 내용을 찾아낸다. 이 과정을 거쳐 하루 약 1300시간 분량의 무선통신을 추려낸다고 한다. 모든 나라 군대는 적의 감청에 대비해 일정한 주기로 통신 주파수를 바꾸고, 통신할 때도 일상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사전에 약속된 ‘음어’로 교신한다. 이 때문에 북한군 감청 내용은 일반인은 들어도 무슨 내용인지 쉽게 알기 어렵다. 서해 공무원 피살 당시 북한 상부에서 ‘762로 하라' 지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북한군이 사용하는 에이케이(AK) 소총의 탄환 구경이 7.62mm라서 ‘762’는 북한군 7.62㎜ 소총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잡음이 섞인 북한군 무선 통선 내용 중 ‘762’란 말도 분명하게 들리지 않았을 것이고, 762가 북한군 7.62㎜ 소총탄을 뜻한다는 것은 북한군 무기체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알기 어렵다. 감청부대는 수십년 축적해온 노하우를 이용해 북한군 통신의 암호와 음어를 풀어 통신 내용을 복원한다. 북한군 교신 내용이 감청으로 수집된 사실이 알려지면 북한군은 교신 주파수와 암호 체계를 모두 바꿀 가능성이 크다. 에스아이를 공개하면 감청부대의 각종 노하우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대북 감청부대가 이를 다시 파악하기까지 6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그동안 대북 정보 수집은 공백 상태가 된다. 지금처럼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 대북정보 공백은 윤석열 정부가 감당하기 어렵다. 감청부대는 감청뿐만 아니라 영상정보가 있어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2020년 9월22일 오후에 감청부대 실무자가 피살 공무원이 발견된 북한 바다 근처 북한군 무선통신에서 특이한 점을 인지하더라도 처음엔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근처에 북한 군함 등이 있음을 확인해주는 위성사진이나 정찰기 사진이 나오면 분석의 실마리를 얻게 된다. 감청부대 분석관은 북한 해군의 작전 상황과 연관된 것으로 판단하고 쏟아지는 감청 첩보를 해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조각조각 모인 단편적인 대북 첩보를 모아서 종합 판단해 정보로 만드는 과정에선 한국군뿐만 아니라 미군 정보 자산(위성사진, 정찰기 사진, 감청 장비)에서 나온 첩보들도 참고하게 된다.
대북 감청 ‘777부대’ 미군이 창설…지금도 한·미 협업
한국 대북 감청부대인 777부대는 ‘스리 세븐 부대’로 불린다. 777부대는 애초 미군이 주도해 만든 부대였다. 현재도 대북 감청업무는 한·미가 같이 근무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허가 없이 한국이 에스아이를 함부로 공개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과거 한국이 에스아이를 공개해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 2009년 1월,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징후 첩보를 한국에 통보했다. 미국 정보당국이 미국 위성사진과 감청 정보를 바탕으로 파악한 첩보였다. 그해 2월 한국 당국자들이 미국한테 받은 첩보에 담긴 북한 미사일 크기와 발사 예정 장소 등을 비공식적으로 언론에 흘려 보도됐다.
2014년 만들어진 탄도탄 작전통제소는 한반도 전구 내 탄도탄 방어작전을 총괄하는 지휘통제 기구이다. 이 기구가 없을 때는 한국군은 미군이 알려주기 전까지 북한이 미사일을 쏜 사실 자체를 몰랐던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한화시스템 제공
당시 주한미군 고위 당국자와 미국 국무부 당국자는 한국군과 한국 정부에 강력하게 경고했다. 미국은 그해 2월 중순부터 한동안 한국에게 주는 위성사진, 감청 첩보를 대폭 줄였다. 당시 미국은 자국 시민이 낸 세금으로 운용하는 정보자산으로 수집한 대북정보를 왜 한국이 마음대로 공개하느냐고 문제 삼았다. 이보다 앞선 2007년 6월에도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주한미군이 제공한 미사일 궤적 정보 등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하자 미국이 항의하기도 했다. 미국은 한국의 이런 정보 공개를 심각한 ‘정보 재산권’ 침해로 본다. 합참이 지금처럼 북한 미사일 발사를 실시간 탐지하고 2시간 뒤 비행거리, 고도 등을 발표할 수 있게 된 것은 한국군 탄도탄 작전통제소(KTMO-Cell)를 만든 2014년 이후다. 2014년 이전에는 한국군은 미군이 알려주기 전까지 북한이 미사일을 쏜 사실 자체를 몰랐던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진상 규명은 어려워지고 끝없는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이 군사정보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정보의 정치화’는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안보의 밑돌인 국가 정보역량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이설아 세계시민선언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 연방 대법원이 임신중단을 합법화 한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에 항의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설아 세계시민선언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 연방 대법원이 임신중단을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에 항의하는 1인시위를 했다. 이 대표는 2019년 4월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할 때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외국 입법례로써 참고한 바 있어, 이번 ‘로 대 웨이드’ 폐기 판결이 한국의 성차별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해 한국 청년이지만 ‘로 대 웨이드’ 폐기를 비판하기 위한 1인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 그는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언급처럼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고 “많은 미국인에게 근본적인 헌법적 권리를 앗아가는 것”이라며 “사법권력이 시민들에게 일종의 국가폭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사법심사로써 무고한 시민들을 단죄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합리적인 해결책 모색에 나서라고 미국에 촉구했다. 현장의 사진을 모아본다.
이설아 세계시민선언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 연방 대법원이 임신중단을 합법화한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에 항의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이설아 세계시민선언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 연방 대법원이 임신중단을 합법화한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에 항의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난맥상과 혼란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우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에 벌어진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과 고용노동부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 혼선, 검찰총장 공석 등 세가지를 국정 난맥 사례로 꼽으며 “과거 정부의 초기 운영 과정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매우 충격적인 일들이 자꾸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에 대해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정부 안에서 국기 문란이 발생했다고 규정하고도 세부적인 내용 조사도 안 하고 공개도 안 하는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국회에서 국정조사라도 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대해 “아주 중대한 국기 문란, 아니면 어이없는, 공무원으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강도 높게 질타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진상 규명 등 후속 조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우 위원장은 또 고용노동부가 주 12시간으로 규정된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월 단위로 바꿔 한주에 최대 92시간까지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발표한 뒤 논란이 되자, 윤 대통령이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게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장관의 발표가 공식 입장이 아니면 누구의 발표가 공식 입장이냐”라고 지적했다. 검찰총장 장기 공석 상황에 대해서도 “한동훈 사단을 전부 검찰에 전진 배치해놓은 다음에 바지사장으로 검찰총장을 앉히겠다는 의혹이 사실이냐”고 따져 물었다.
우 위원장은 “이 문제들을 종합해볼 때 대통령 집무실 내 보고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본다”며 “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정책발표 내용은 청와대와 상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치안감 인사도 행안부 담당자들과 상의됐던 것이고 일부 내용은 청와대(대통령실)에도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취재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 장관은 여당에 가서도 정책내용을 상의했다는데, 그러면 당·정·청(대통령실) 협의 시스템이 무력화된 것 아니냐”며 “여당 대표는 보고를 들었는데 대통령은 모를 수 있느냐. 이런 시스템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도어스테핑에서 진행되는 대통령의 언어가 거칠고 단정적인 것도 우려스럽다”며 “국가 혼란의 문제로 비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위원장은 앞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국회 원 구성과 관련 사법개혁특위 구성 등을 조건으로 법사위원장을 여당에 양보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지금 벌어지는 국정 난맥상에 대해 야당의 정책적 대안을 가지고 국회를 무대로 싸우자는 의견이 워크숍에서 대다수 의견으로 취합돼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 제안을 거부한 데 대해 “야당이 일부 양보 의사를 피력했는데 여당이 어떤 양보도 하지 않겠다며 국회 정상화를 발로 걷어차는 모습을 보면,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발표대로 연장근로시간을 ‘주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로 관리하는 제도가 도입되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92시간까지 늘어날까. 고용부가 현재 ‘주당 12시간’인 연장근로를 ‘월 52.1시간(주당 기준으로 환산하면 12시간)’으로 바꾸겠다고 하면서 일각에서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지난 23일 연장근로시간 월 단위 총량관리제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근로시간 사이에 11시간 이상 휴식시간 부여 등 건강 보호 조치 방안을 두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하루 중 남는 시간은 최대 13시간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하루 최대 근로시간은 11.5시간이다. 주 5일에 더해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연장근로를 한다고 해도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80.5시간(11.5시간×7일)이다.
김용문 법률사무소 덴톤스리 변호사는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주 7일 근로를 실시하는 게 이론적으론 가능하다”며 “판례도 단체협약이나 근로자 동의로 대체휴일을 줄 경우엔 휴일근로수당 없이 주 7일 근로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예컨대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특정 기간에 몰리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특정 주에 일을 몰아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근로기준법상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을 이유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9시간(11.5시간×6일)이란 해석도 내놨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주당 80.5시간이나 주당 69시간 모두 “극단적 사례”라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장근로가 가장 많은 제조업 분야도 월평균 연장근로시간이 25시간 남짓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또 휴일(주말)·연장근로가 8시간을 넘겨 야간근로가 되면 시급이 기본 시급 대비 250%까지 할증된다. 이런 부담을 감안하면서 연장근로를 시키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7일 월요일은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는 최대 150㎜의 폭우가 쏟아지는 곳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동해안과 제주도 해운을 중심으로는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나타나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27일은 중국 내륙에서 활성화된 정체전선상에서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저기압의 영향을 받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전망이다.
수도권, 강원내륙·산지, 서해5도, 제주도(북부해안 제외)의 예상 강수량은 50~100mm이며 경기북부와 강원북부내륙·산지는 15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관측됐다.
충청권과 경북북부에는 20~60㎜의 비가 내리고, 강원 동해안과 제주도북부해안에는 5~3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비와 함께 천둥·번개, 우박이 떨어지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농작물, 축사 등에 대한 피해 대비를 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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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기온은 평년(최저기온 17~20도, 최고기온 24~29도)보다 높겠으나, 중부지방(강원 동해안 제외)은 내일부터 낮 기온이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일과 모레는 남부내륙과 동해안을 중심으로 최고체감온도가 33도 이상 오르고,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나타나는 곳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침 최저기온은 21~26도, 낮 최고기온은 25~31도로 전망된다. 지역별로는 △서울 24∼27도 △인천 22∼26도 △춘천 23∼36도 △강릉 26∼30도 △대전 24∼29도 △대구 24∼30도 △전주 24∼30도 △광주 24∼30도 △부산 23∼26도 △제주 24∼30도 등이다.
미세먼지 농도는 전 권역이 ‘좋음’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오후부터는 서해안과 강원 영동을 중심으로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겠고, 서해상과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도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높게 일 것으로 예보됐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남해 앞바다에서 0.5∼2.0m, 서해 앞바다에서 0.5∼3.0m로 일겠다. 안쪽 먼바다(해안선에서 약 200㎞ 내의 먼바다)의 파고는 동해 0.5∼3.0m, 서해 1.0∼4.0m, 남해 1.0∼3.0m로 예상됐다.
전국 오존농도 31년 동안 3배 가까이 폭증
잦아진 고온 현상에 자동차 배기가스 영향
마스크로 예방 안 돼…실외활동 자제해야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시 전역에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날 오후 서울시청 인근 전광판 앞을 시민들이 걷고 있다. 연합뉴스
오존은 인간 활동을 통해 대기로 방출된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태양의 자외선과 광화학 반응해 생기는 기체 형태의 2차 오염물질이다. 햇빛이 강한 5월부터 8월 낮 시간에 고농도 오존이 주로 나타나는데, 오존으로 오염된 공기를 호흡하면 눈, 코 등을 자극해 호흡곤란,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27일 국립환경과학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오존 농도 전망 및 영향 등의 정보를 담은 기후변화와 오존> 현안 보고서를 펴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전국 연평균 오존 농도는 지속해서 높아지는 추세였다. 1989년 0.011ppm이었던 전국 평균 농도는 2020년 0.030ppm으로 3배 가까이 치솟았다. 시간당 평균 농도가 0.12ppm 이상일 때 내려지는 오존주의보 발령 일수·횟수도 크게 늘었다. 2010년에 오존주의보는 25일, 83회에 발령됐는데, 2015년에는 33일, 133회까지 늘었고, 2021년에는 67일, 400회를 기록했다. 오존주의보의 첫 발령일은 빨라지고 마지막 발령일은 늦어지고 있다. 2000년대는 첫 발령일이 주로 5월이었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4월25일, 4월20일이었으며, 올해는 4월18일 전남 여수시에서 첫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보고서는 2050년대 서울과 인천의 여름철 오존 농도는 2000년대 대비 각각 5.9ppb(ppb는 ppm의 1천분의 1), 2.3ppb 증가할 것으로 봤다. 오존의 재료는 질소산화물이다. 질소산화물은 주로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공장의 연소과정에서 배출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잦아진 고온 현상이 오존 대량 발생의 촉매가 되고 있다. 또한, 대기 중에서 만들어진 오존은 다시 질소산화물과 반응하여 2차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등 문제가 크다. 입자 형태를 띤 미세먼지와 달리 오존은 기체 형태를 띤다. 따라서 마스크를 쓰는 등의 행동은 피해를 줄이지 못해서 실외 활동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임재현 국립환경과학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장은 “고농도 오존 발생 시 야외활동은 자제하고, 실내로 이동하는 등 적극적으로 피해야 한다”며 “오존과 미세먼지가 국민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기후위기 적응과 관련된 연구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주92시간까지 일 시켜도 된다는 뜻…총량관리제 안돼, 최저임금 올려야"
"尹 언급 자유는 '기업의 자유'…나토회의서 바이든에 한 수 배워라"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윤석열 정부가 드디어 '반노동 본색'을 드러냈다"며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서른다섯 번이나 언급했던 자유는 '기업의 자유'였던 것을 고백했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가 기업주들의 요구대로 최저임금은 동결하고, 1주일에 최고 92시간까지 일하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박 전 위원장은 "지금 자유가 절실한 것은 기업이 아니라 일하는 청년과 서민과 중산층인데 윤석열 정부는 이들에게 더 많은 노동을 강요하면서 자유를 빼앗고 있다"며 "대기업에는 부동산과 부자 감세, 법인세 인하로 더 큰 이익을 보장하겠다고 하면서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3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동결하자고 한 사용자 측의 의견을 언급하며 최저임금을 올려야한다는 입장도 적었다.
박 전 위원장은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삶의 질은커녕 생계와 건강이 위협을 받는다"며 "최저임금을 노동계가 요구한 1만890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1주일에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시간을 한 달 단위로 유연하게 사용하는 노동시간 총량관리제도 도입돼선 안 된다"며 "만약 의무휴식 시간제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단순 계산으로 1주일에 92시간까지 일을 시켜도 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과로사 사망자가 일 년에 2천600명이고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도 828명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1970년대로 시계를 돌리고 있다"며 "야근으로 초토화될 노동자의 건강과 휴식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은 "나토 회의에 가신다니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면서 노동조합 활성화와 노동권 신장을 통해 중산층을 부활시키겠다고 나선 바이든 대통령에게 꼭 한 수 배우시기 바란다"며 "민주주의 국가가 지켜야 할 자유가 시장과 기업을 위한 자유인지, 아니면 노동자와 서민이 건강과 여유를 위한 자유인지 물어보시기를 바란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께 요구한다.
정치가 없어도 부족한 것이 없는 대기업 퍼주기를 중단하고, 정치가 없으면 생계가 막막한 힘없는 사람들의 자유를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최근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25일 한 행사에서 마주쳤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은 이날 오후 경북 칠곡군에서 열린 6·25전쟁 72주년 기념 백선엽 장군 2주기 추모 행사에 나란히 참석했다.
내빈석에 자리한 두 사람은 처음 만나 가벼운 인사를 나눈 다음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사이에 두고 한 칸 떨어져 앉았다.
내빈 소개 시간에 서로 손뼉을 쳐주기도 했지만, 이후 식순에서 말을 섞거나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은 포착되지 않았다.
지난 14일 의원총회 이후 두 사람이 공개 석상에서 마주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에서 맞붙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 대선에서도 막판 극적인 후보 단일화 전까지 거친 비난을 주고받는 등 두 사람은 뿌리 깊은 구원(舊怨)으로 얽혀 있다.
대선 이후 합당하며 한배를 탄 두 사람이지만,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을 두고 극한 갈등을 빚으며 연일 정면 충돌하는 상황이다.
최고위원 추천을 둘러싼 신경전은 이날도 이어졌다.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최고위원 추천 문제와 관련해 "안 의원과 긴밀한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런 문제는 여의도에서 언제든지 정리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협상의 문제가 아니라 대국민 약속"이라며 "거기 보면 분명히 국민의당 출신도 아니고 국민의당에서 추천한 인사로 한다고 돼 있다.
충분히 소통해서 저희와 함께 생각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소셜미디어(SNS)에 안 의원을 겨냥해 "다음 주 간장 한 사발 할 것 같다"고 썼고,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노려 "김성진(아이카이스트 대표)이 던진 미끼도 안 물었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하는 등 거친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추모사에서 "문재인 정부 하에서 장군님을 보내드리면서 하지 못했던 모든 예우를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서 갖춰나갈 수 있도록 저희가 꼭 살피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셨던 백선엽 장군님과 호국 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
지리산 중봉 아래 한 농촌 마을, 5월에 입국한 계절노동자 2명이 양상추밭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bit.ly/319DiiE “저 두 사람 아니면 올해도 속 좀 썩었겠지?” 지난 17일 서울에서 네 시간을 달려 도착한 지리산 서쪽 한 자락. 길가 버스 정류장 바로 옆 비닐하우스 그늘막 작업장에서 양상추 포장이 한창이다. 가까이 갈수록 우리말과 낯선 언어가 뒤섞여 울린다. 50평 남짓 공간에서 ‘계절노동자’ 두 사람이 농장주 ㄱ씨 지시를 받고 작업장을 오간다. 아침 7시30분 작업을 시작한 이들과 나란히 앉아 양상추 포장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전에는 하루 8만원이면 베트남이나 태국(타이)에서 사람을 어렵지 않게 구했거든. 그런데 코로나19 때 사람 없다고 인건비가 오르더니 작년엔 10만원에 돈을 더 준대도 일손 구하기가 힘들어진 거야. 올해는 아예 몇달 마음 편히 같이 일할 사람을 구해보자, 그랬지.”
작물재배 시기를 사람 올 때 맞춰
농장주 ㄱ씨는 올해 법무부가 농촌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며 만든 ‘계절근로자 제도’ 공고를 보고 신청서를 냈다. 그리고 다섯달 머물다 갈 ‘손님’ 둘을 “모셨”다. 두 사람처럼 3~5개월짜리 비자를 통해 계절노동자로 입국한 인원수가 상반기만 1만2천여명이다. 벌써 한달 보름, 농장주와 노동자가 서로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들이 통하는 말은 작업 여부(“여기까지만 하자”), 식사 시간(“밥 먹자”), 부재 공지(“다녀올게”) 등이 거의 전부다. 사실 ㄱ씨가 속을 끓이는 건 ‘언어’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있는 동안 무리하도록 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놀게 해서도 안 된다. “우리 같은 중소농은 1년 내내 일이 있는 게 아니야. 5~6월 농번기에 잠깐, 여름 (토마토 딸 때) 잠깐, 그리고 가을 벼농사로 끝인데, 어쩔 수 있나. 저 부부가 온 날에 맞춰서 일을 해야 하니까, 일단 못자리부터 챙겼고….” 5월 초 농장에 두 사람이 배치되고 난 다음날, 곧바로 모내기에 나섰다. 평소보다 일주일 빨랐다. 100마지기(2만평·약 6만6천㎡)에서 닷새를 보내고 비닐하우스 6개 동(1200평·약 4천㎡)에 들어가 방울토마토 정식(모종심기)을 시작했다. 사흘이 걸리지 않았다. 벼는 알아서 클 것이다. 문제는 방울토마토가 주력 농사인데, 집게작업, 순따기 등 본격적인 작업까지 한달 남짓 남은 기간 동안 계절근로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다. ㄱ씨가 고심 끝에 심은 작물이 양상추다. 농사일에 사람을 쓰려다가, 사람에 작물을 맞추는 꼴이 된 것이다. 이런 고민은 ㄱ씨만의 것이 아니다. 양상추가 10상자 정도 쌓일 때쯤 옆 농장주 ㄴ씨가 작업장에 들어섰다. 그는 이번에 계절노동자를 신청했지만 받지 못했다. “형님, 17만원 준다 해도 일할 사람이 안 온대요. 무안(전남의 양파 주산지) 가면 더 받는다고. 큰일이네. 마늘이랑 양파 (수확) 끝나고 장마 오면 좀 오려나.” “빌려 갈래? 불법이라도?” ㄱ씨가 계절노동자를 옆 농장에 ‘빌려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던진 농이다. 걸어서 5분도 되지 않는 거리지만, 옮겨 일하면 엄연한 현행법 위반이 된다. 법무부가 농촌 상황을 고려해 한달에 한번 근무처를 바꿀 수 있는 규정도 만들었지만, 같은 마을에서 농번기와 농한기가 한달 걸러 있을 리 없다. “듣고 보니 억울하네. 농사짓는데 그런 불법이 어딨당가?” ㄴ씨는 “수확을 못 할 판이면 어떤 손이든 못 빌리겠느냐”며 자리를 떴다. 코로나19 이후 농촌에서는 이주노동자 입국이 제한되고, 일부는 귀국한 뒤 돌아오지 않아 일할 사람이 사라져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농업에 투입된 이주노동자 수는 2019년 8835명이었다가 2021년에 1590명으로 82% 감소했다. 하지만 이번에 계절노동자 1만여명이 추가 투입됐다. 산술적으로 인력이 남아야 하지만 농촌은 여전히 유례없이 높아진 인건비와 일손 부족으로 곳곳이 난리다. 이유는 뭘까. 정확한 실태조사는 없다. “2015년 256만명이던 농가 인구가 2019년 224만명으로 10%가 넘게 줄고, 65살 이상 고령 농가 비중은 38%에서 47%로 늘어나는 등 농촌의 구조적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 도드라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2021년 국회 토론회,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 이 와중에 농촌은 각자도생이다. ㄱ씨와 함께 계절노동자 제도로 2명을 배치받은 ㄷ씨는 일감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옆 마을 포도농장 요청을 받고 일당 10만원에 ‘한달짜리’ 파견을 보냈다. 사실상의 불법인 줄 알지만, 중소농 입장에서 이들을 일없이 놀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ㄱ씨도 “ㄷ씨를 이해한다”고 했다. “(ㄴ씨 사정도 그렇고) 다른 곳에선 사람 없어 고생하는 걸 내가 몰라? 그걸 보고 어떻게 가만있어.” 두 사람 몫으로 남은 석달 반 동안 매달 400만원가량을 챙기는 것도 부담일 것이다. 오전 11시에 가까워지자 양상추는 바닥을 보였다. 마지막 박스까지 채우고, 추가로 양상추를 캐러 밭에 올랐지만, 이곳 양상추는 시장에 팔 만큼 자라지 않았다. “뜻대로 참 안 되네잉. 오전엔 여기까지만 합시다.”
흰쌀밥 위에 달걀과 돼지고기 볶음을 얹은 계절노동자 점심 도시락.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인력중개센터 설치 등 정부 조처 시급
ㄱ씨가 두 팔로 엑스자를 그렸다. 부부는 그때야 모자를 벗고 작업장 구석 의자를 찾아 앉았다. “양상추 한 박스가 5천원인데 박스 1천원, 양상추 싸는 봉지 600원(개당 100원×한 박스 6개), 기본 1600원은 날아가는 거지. 거기에 상하차비, 경매수수료, 비료값까지 계산하면 저 두 사람 일당도 안 나와. 그래도 일단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 하니까….” 다시 일감이 떨어진 세 사람은 작업대에 나란히 앉았다. 번역 앱으로 계절노동자 부부의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 ―곧 점심때인데, 보통 식사는 어떻게 합니까? “도시락요. 흰쌀밥에 돼지고기와 계란볶음을 덮어서.” 원래 숙소와 식사를 보장하는 규정대로 첫 점심은 읍내 식당을 이용했다. 하지만 입맛에 맞지 않았다. 이를 눈치챈 ㄱ씨가 다른 농장처럼 한끼 1만원씩 주기로 했다. ―도시락은 괜찮나요? “집에 가서 따뜻한 차랑 먹고 싶긴 하죠. 몽골 사람들은 따뜻하게 음식을 먹어요.” ―숙소는 불편한 점이 없나요? “특별히 없어요.” 부부가 지내는 곳은 이주노동자 근로환경에서 문제 됐던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가 아닌 ‘집’이었다. 2021년 고용노동부가 발표를 보면, 이주노동자 69.6%가 가설건축물(컨테이너·조립식패널·비닐하우스 등)에 살았다. 이번 ‘계절근로자 채용 요건’ 중 하나가 제대로 된 ‘방 제공 여부’였다. 질문을 바꿨다. ―당장 바뀌었으면 하는 건 없나요? “(부부가 한참 대화하더니) 한국 농장에는 화장실이 없나요? 농장주는 좋은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화장실 문제만큼은 그냥 밖에다 하더라고요. 여기만 그런 게 아니에요.” “다른 곳에 비하면 여긴 천국이지.” 이웃 농장주 ㄴ씨 말이 떠올랐다. 숟가락 하나부터 텔레비전까지 제공했다는 숙소, 이른 더위가 느껴지지 않는 작업장, 하루 노동 8시간 준수 등 작업 환경은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그 “천국”에 화장실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이주노동자인권단체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공동대표(영화감독)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금 직장에서 볼일 보러 삽을 들고 나서야 한다면 어떻겠느냐. 다시 실태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며 “화장실 없는 걸 자연스럽게 말하곤 하는데, 이것 때문에 이주노동자가 농장을 이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후 작업은 1시45분에 시작됐다. 양상추밭 잡초 제거다. 수작업이 기본이다. 2천 포기가 심어진 한마지기의 끝이 보일 즈음, 한 시간 반이 지나갔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농장주 손에는 새참이 들려 있다. ㄱ씨는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며 “계절근로자 비용 등을 포함하면 포기당 2천원은 돼야 수지타산이 맞는데, 그 반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했다. ㄱ씨가 계절노동자와 함께한 한달 반 소감은 “중소농이 몇달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농촌인력중개센터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농가에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게 언제일까.
인력 전쟁 속 단속, 노동자끼리 경쟁도
농촌 인력 부족을 제도권 안에서 풀겠다고 내민 카드가 ‘계절근로자’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사람에 목마르다. 지리산 동쪽 자락의 양파 주산지 한곳을 찾은 건 지난 13일, 여기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로 꾸려진 ‘농작업팀’을 만났다. “왜 우리가 일하는 걸 굳이 보여줘야 해?” 한국 생활 15년차 몽골인 간바트(가명)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몽골 농작업팀(이하 몽골팀) 대표 격인 그가 현장 취재에 대한 경계심으로 날을 세운 건 팀원 20명 전원이 미등록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동선이 드러나 이득 될 게 없다. 양파가 익어갈 무렵 도깨비처럼 나타나는 몽골팀 같은 이들을 농촌에선 ‘전문작업반’, ‘농작업팀’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돈내기’(밭 한마지기당 작업량으로 노임을 결정하는 구조)로 ‘까대기’(상하차 작업)를 하며, 6월 양파 주산지인 경남 함안, 합천, 함양 등 지리산 동쪽 면을 훑는다. 몽골팀은 사업장 변경 제한이 있는 계절노동자 1만2천여명, 고용허가제 아래 들어오는 5만여 이주노동자(E-9)가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에 자리한다. 이들은 일하는 지역에 경계가 없고, 농장주 요구에 따라 하루 수차례 작업장을 바꾸기도 한다. 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구성된 농작업팀 실태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부문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고용실태와 과제’(엄진영) 논문을 보면, 전국 258개 농가 설문조사에서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하는 작물재배업 농가가 91%에 이른다. 고강도 노동이 필요한 특정 작물(마늘·양파·감자 등)로 한정하고, 시기를 수확기로 좁히면 이들의 고용 비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본다. “그러니까 왜 하려고 해?” 새벽 5시30분부터 함께 시작한 작업, 속도를 따라가기 버겁다. 동네 헬스장에서 드는 쇳덩이 20㎏과 쉴 틈 없이 들어올리는 양파 한 망은 차원이 달랐다. 밭 한마지기에 트럭 2~3대가 구역을 나누고, 고랑 양쪽으로 미리 정렬된 양파(농장주가 사전 작업해둔 것)를 따라 움직이면, 양옆으로 건장한 몽골 청년 둘이 뒤따른다. “(어깨에 올리며) 쓱, (짐칸에 실으며) 퉁.” 작업이 끝날 때까지 박자는 무한반복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3명이 한 조가 된 몽골 농작업팀이 트럭에 양파 까대기(상하차 작업)를 하는 모습. 하어영 기자
간바트가 예민한 데엔 이유가 더 있었다. 취재가 있기 하루 전, 농장주들 사이에 인력 확보 경쟁 과정에서 ‘불법 고용’ 신고가 있었다. 뒤이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이 시행됐다. 사람이 부족한 농번기엔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쪽에서 약속했던 몇 사람 덜 왔다고 싸움이 났어. ‘왜 니 나한테 (사람) 데리고 가나, 니 불법 사람들 신고한다’ 하면서 결국, (신고) 했다고 하더라고.” 단속이 뜨면 신고된 현장만 멈추는 게 아니다. 행여 단속으로 불똥이 튈까 몽골팀을 비롯한 모든 농작업팀은 밭에 나가지 못하고, 여의도 40배에 이르는 주산지 전체가 손을 내려놓다시피 해야 할 수 있다. 수확기 사정을 잘 아는 한 농민회 임원은 “이곳에서 수확기에 단속을 해 인력이 끊기면 양파만 아니라 그다음 모내기 일정에도 차질을 빚게 돼 1년 농사가 꼬이게 된다. 그래서 함부로 단속하지 못한다”고 했다. 단속 대상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만이 아니라 농장주도 해당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을 고용할 경우 출입국관리법 등에 따라 고용주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올해 정말 사람 없어. 전쟁이야, 전쟁.” 곧바로 다른 작업장으로 이동했다. 멀리 농공단지가 보이는 밭 두마지기에선 앞선 작업과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먼저 도착한 몽골팀 10여명은 이미 양파망 작업에 한창인 베트남, 타이 등 이주노동자 10여명과 섞여 들었다. 양파를 캐 망에 담으면, 몽골팀이 상차(까대기)를 맡는다. 한국인은 단 2명이다. 그나마 뒷짐을 지고 있다. “밥상에 올라간 양파? 우리(이주 노동자) 아니면 없어”라는 간바트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간바트가 지목한 한국인 둘은 농장주였다. 이들은 컵라면 20여개를 끓이고 있었다. “우린 안 먹어. 이거 끝내야 먹어.” 몽골팀은 새참을 건너뛴다. 잠시 뒤 함께 일하던 한 팀원이 다가와 간바트에게 “(기자는) 이제 그만 따라왔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 농장주들 분위기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인력 ‘전쟁’ 와중에 몽골팀이 겪은 건 단속만이 아니었다. “실은 얼마 전 우즈베크 쪽에서 몇몇이 팀 만들었어. 옛날에 같이 일하던 사람들인데. 몽골보다 조금 싸게 해준다고 그랬대. 그게 말이 돼? 그런데 우리 쪽 비자 없어. 계속 일해야 해. 그쪽은 (관광비자로) 한달만 하고 가. 그러니까 우리는 (주인님들) 눈치를 봐야 해.”
지리산 동쪽 자락 한 양파 주산지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양파를 망에 담고 있다. 하어영 기자
‘농작업팀 인정하자’는 목소리도 인력 부족으로 벌어지는 경쟁은 농민과 이주노동자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 사람들은 우리한테 농촌에서만 예쁘게 일하면 비자 준다잖아? 그게 얼마나 웃기는 줄 알아? 그냥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게 주인님들한테도 나을걸? 양파 일이랑 그게 맞아?”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 중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농작업팀 역할을 인정하고 “농작업 전문 위탁사업체로 양성화시켜 정부가 관리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날 몽골팀은 점심에 이어 저녁도 밭에서 나오지 않은 채로 인근 편의점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비 소식 때문이다. 이날 새벽 4시에 가장 먼저 일을 시작한 팀 최고참 잠발(가명)이 작업을 멈춘 건 자정이 넘어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다. 따져보면 20시간이 넘는다. 비가 오기 전 이들이 밥도 거른 채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농장주는 캐놓은 양파가 비를 맞으면 제값을 못 받게 된다. 비 소식을 앞두고는 농장주가 몽골팀한테 매달릴 수밖에 없다. 몽골팀은 밭이 소나기로 질척해지면 다음날까지 트럭이 들어가 작업하기 힘들다. 까대기 동선이 길어지면 몸이 버티지도 못할 수 있다. 수입은 얼마일까. 어림잡아 하루 18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때그때 다르다”는 간바트의 말이 정답이지만.) 이날 간바트가 양파 한 망을 들고 배웅하러 나섰다. “힘드냐”고 물었더니 “협박당하는 것만 빼면 그래도 할 만하다”고 했다. 협박은 단속이랑 같지만 다른 말이다. “신고한다고 그러면 제일 힘들어. 마음 편하게 일하고 싶지, 당연히. 맞잖아. 불법 사람이라고 협박하면 제일 힘들지.” 그들은 언제 자신들의 몫을 평가받으며 협박 없이 일할 수 있을까. “봤지? 전쟁이라니까. 이제 얼렁 가.” “지금까진 이긴 거 같아?” “전쟁이라고 꼭 이겨야 하는 건 아니야. 어떻게 백프로를 해.” 간바트가 웃었다. 이날 기자가 밭을 돌며 이동한 거리를 차량 기록으로 따져보니 30㎞를 조금 넘었다. 대구 전주/하어영 기자 ha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