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전 검사의 아들 학교 폭력 문제에 관한 국회 청문회가 3월3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정 전 검사가 출석하지 않아 4월14일로 연기됐습니다. ‘공황장애 3개월 진단서'와 함께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고 합니다. 정 전 검사가 온갖 법기술을 동원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책임을 덮으려 한 데 대해 국민적 공분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런 문제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점도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책임을 져야 할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태도가 가관입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치적 책임을 느낀다고,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말씀하시는데요, 그게 되게 맞는 얘기면서도 무책임한 얘깁니다. (대통령) 당선된 지 1년이 지났고요. 지금도 시스템을 검증하고 있습니까. 적어도 인사검증의 일차적 책임자로서 국민들께 엄중하게 사과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금까지 구조적 문제이긴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드렸고요. 기동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씀 한 마디 하기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한동훈: 제가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생각합니다. 기동민: 아니, 사과한다는 말씀은 안 하셨죠. 대통령께서 직접 사과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하면, 인사검증 일차 책임자인 법무부 장관께서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국민 여러분께 입장을 설명하는 게 옳다…. 한동훈: 제 말씀을 그렇게 듣고 싶으시면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이 시스템에서는 인사검증이라는 업무 자체의 본질상 반복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의 눈높이를 알고 있고요. 여기에 대해서 이게 저희가 걸러내지 못한 결과가 나온 점에 대해서 제가 책임감을 깊이 느끼고, 제가 국민들께 그 점은 사과드립니다. (2023년 3월27일 국회 법사위)
좀 길게 인용을 했는데요. 영상을 보시면 한 장관의 ‘사과 발언’의 뉘앙스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옛다, 사과 받아라’ 하는 느낌이랄까요, 오히려 사과를 받으면서도 모멸감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한 장관은 이렇게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 순순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 매우 인색합니다. 자신이 강조하는 법치, 공정, 정의와 어긋나는 일을 스스로 저지르면서도 뭐가 문제냐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렇게 추진한 일들이 자승자박으로 돌아오는 일이 종종 생겨나고 있습니다. 최근의 4가지 사례를 짚어보려 합니다.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한겨레TV
1. 정순신 인사검증 실패
한 장관은 지난해 6월29일부터 7박9일 동안 미국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중간에 미국 국경일(7월4일 독립기념일)과 주말이 끼어 사흘 동안 공식 일정을 잡지 못하는 이상한 출장이었습니다. 취임 직후 뚜렷한 필요성도 없이 왜 출장을 갔느냐는 의문도 일었습니다. 출장비 공개도 거부했습니다. 당시 한 장관 쪽이 강조한 일정의 하나가 미국에서 인사검증을 수행하는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 방문이었습니다. 당시 법무부에 대규모로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해 인사검증 기능을 가져오는 데 대해 과도한 권한 집중이라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검찰 출신들이 인사검증 라인을 장악해 ‘끼리끼리 부실 검증’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컸습니다. 한 장관의 FBI 방문은 이런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비쳐졌습니다. 실제 한 장관은 국회에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외국의 경우 FBI 같은 법 집행기관에서 그걸(인사검증을) 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이번에 대통령실에서 하던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업무를 루틴하고 부서의 통상 업무로 편입시키겠다는 차원에서 법무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고 그 선택한 합리적 근거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2년 7월28일 국회 법사위)
그러면서 자신의 권한을 늘리는 게 아니라 책임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더 심할 경우에는 (인사검증 실패로) 국민적인 지탄이 커지면 제가 책임을 져야 될, 다른 종류의 책임을 져야 될 상황도 생기지 않겠습니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2년 7월28일 국회 법사위)
그러나 정순신 전 검사 낙마 사태가 터지자 말을 바꿨습니다. 한 장관은 지난 2월28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미국에까지 달려가 FBI를 만나는 등 새로운 인사검증 시스템을 한껏 포장해놓고, 정작 문제가 생기자 시스템이 미비하다고 변명합니다. 무능을 자인한 셈입니다. 그런데도 국민을 향해서는 마지못해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했습니다. 한 나라의 국무위원으로서 책임감과 국민을 존중하는 태도가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한겨레TV
2. ‘검수완박법’ 헌재 소송에서 완패
헌법재판소는 3월23일 지난해 개정된 검찰청법 등 이른바 ‘검수완박법’이 검사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한 장관과 검사 6명이 검찰 수사권 축소에 반발해 국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결국 패소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억지스런 말을 했습니다.
“저희는 장관과 검사의 권한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 청구를 했던 게 아니에요. 뭐냐하면 위법하고 위헌적인 입법이 있었는지 절차와 내용의 위법의 문제인데, 내용에 대해서는 아예 각하해서 판단하지 않았고 절차에 대해서는 입법이 위헌이고 위법이지만 유효하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 거죠.”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3년 3월27일 국회 법사위)
이 말이야말로 정말 이상합니다. 두 개의 거짓이 숨어있습니다. 우선 “장관과 검사의 권한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 청구를 했던 게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명백한 사실 왜곡입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법무부 장관 및 검사인 청구인들은 (‘검수완박법’으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부여된 검사들의 수사·소추권 및 법무부 장관이 관장하는 검사에 관한 사무 권한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권한침해확인을 구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자신들의 권한을 확인하기 위해 소송을 냈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법학 교수도 이렇게 지적합니다.
“정치적 발언이라면 몰라도 사실 소송법적으로는 성립될 수 없는 주장입니다. 권한쟁의심판이라는 것은 어떤 침해된 권한의 기관만이 주장할 수 있는 것이고.”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3년 3월27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또 한동훈 장관은 “내용에 대해서는 아예 각하해서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이 역시 왜곡입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검사의 수사·기소권이 ‘헌법적 권한’인지 여부였습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검사의 수사·기소권은 헌법상 권한이 아니고, 국회가 법률을 통해 행정부의 어느 기관에든 부여할 수 있다고 분명히 못박았습니다. ‘내용’에 대해 판단이 이뤄진 것입니다.
“중요한 핵심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다 판단이 이뤄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번 헌재 결정이 어떤 판단이 크게 불충분했다 그렇게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3년 3월27일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한 장관의 완패인 것입니다. 더구나 ‘각하’ 결정은 소송을 낼 자격을 갖추지 않았는데 소송을 냈다는 뜻입니다. 국회를 상대로 이렇게 무리하게 소송까지 냈다가 패소한 한 장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도 높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3월27~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2.2%가 ‘한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정당한 문제 제기이기 때문에 사퇴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43.0%였습니다.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한겨레TV
그런데도 한 장관은 무리한 소송을 비판하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이렇게 받아쳤습니다.
“저를 사퇴하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지금 만약에 이 결과가 4 대 5가 아니라 5 대 4였으면 이 법 밀어붙이신 민주당 의원님들 다 사퇴하실 생각이었는지 저는 묻고 싶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3년 3월27일 국회 법사위)
이번 헌재 결정은 다수 의견 5명, 반대 의견 4명으로 내려졌지만 헌재 결정은 ‘5 대 4’든 ‘9 대 0’이든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한 장관이 헌재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기는커녕 반대의 가정을 하면서 저렇게 말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적절치 않은 태도입니다.
“장관의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니죠. 국무위원의 답변 하나하나가 정부의 신뢰나 정부의 무게감이 따르는 거거든요. 4 대 5가 아니라 5 대 4면 민주당 의원들이 다 사표 내겠습니까, 그건 애들이나 할 소리지 할 소리가 아니잖아요. 헌재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이 말 한마디면 끝나잖아요. 말대꾸하는 식으로 하는 것은 장관으로서 적절한 자세가 아닙니다.”(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2023년 3월28일 MBC ‘뉴스외전 포커스’)
이번 헌재 결정을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헌재는 이미 검찰의 수사·기소권이 헌법상 독점적 권한이 아니라는 점을 앞선 4차례의 결정을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고, 이번에 헌재가 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심거리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헌재가 같은 결론을 내림으로써 수사·기소권이 검찰의 독점적 권한이 아니라는 사실이 많은 이들에게 상식으로 각인되게 됐습니다. ‘검수완박법’의 정당성이 확인됐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검찰 개혁 입법의 근거가 탄탄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헌재 결정에 비춰보면, ‘검수완박’이라는 표현 그대로 검찰에 전혀 수사권을 주지 않고 영장청구권만 남겨놓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는 헌재의 판례로 더욱 굳어져 쉽게 변경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 장관으로선 혹 떼려다 혹을 붙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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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의 지적
지난 3월20일 발표된 미국 국무부의 국가별 인권 보고서는 한국의 인권 상황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문화방송>(MBC)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가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부당한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인권 보고서에는 한동훈 장관과 관련된 내용도 있었습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2019년 11월 말 또는 12월 초 본인과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고 말한 데 대해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한동훈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보수단체가 고발했고, 검찰이 유 전 이사장을 기소해 지난해 6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습니다. 미국 국무부가 이것을 표현의 자유를 해친 사례로 적시한 것입니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처벌이 안 됩니다. 그러나 한 장관은 법정에 증인으로까지 나와 처벌을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유 이사장이 실수를 인정하고 공개 사과까지 했지만 결국 형사처벌을 받은 것입니다.
“유시민씨든 그 누구든 간에 죄가 있으면 법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 민주주의고 법치주의라는 점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2년 1월27일 유시민 전 이사장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며)
한 장관의 이 말은 언뜻 당연한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는 이 말이 맞지 않습니다. 미국 인권 보고서의 한 대목입니다.
“(한국의) 정부와 공인들이 명예훼손을 광범위하게 범죄화하는 법률을 공공의 토론을 제약하고 개인 또는 언론의 표현에 대해 위협을 가하거나 검열하는 수단으로 썼다.”
공직자, 그것도 검찰 간부나 장관 같은 고위 공직자는 그들이 가진 권한만큼 시민들의 감시와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게 민주주의의 원칙입니다. 따라서 공직자에 대한 비판이나 의혹 제기는 설사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반론과 토론을 통해 바로잡아야지 형사처벌의 칼을 휘둘러서는 안 됩니다. 미국 국무부도 이런 차원에서 유시민 전 이사장의 형사처벌이 과도하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미국의 이런 시각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깝습니다. 이런 일도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 장관인 메릭 갈런드는 지난해 10월 연방검찰이 언론에 대한 소환, 압수수색, 그밖의 강제적인 민형사상 조처를 원칙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독립적인 언론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언론의 자유, 넓게 보면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게 민주주의의 토대라는 인식을 법무부 장관이 솔선해서 보여준 셈입니다. 반면 한동훈 장관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고 자신의 주거를 침입했다며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를 직접 고소·고발했습니다. 미국 법무부 장관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행보입니다. 한 장관이 고발한 강진구 <시민언론 더탐사> 기자는 두차례나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습니다. 내년도 미국 국무부 인권 보고서에는 이런 사례들도 수록될지 모르겠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한겨레TV
4. 윤석열 징계 ‘셀프 소송’
윤석열 대통령과 법무부가 당사자인 희한한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정직 2개월 징계를 당한 데 대해 법무부를 상대로 징계 무효 소송을 냈는데, 1심에서는 ‘징계가 정당하고 최고 면직까지 가능한 중대한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 2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그 사이 한쪽 당사자인 법무부의 장관이 박범계 장관에서 한동훈 장관으로 바뀌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최측근인 한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모양새가 된 것입니다. 더구나 한 장관도 윤 대통령이 받은 징계의 간접 당사자입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채널에이(A)>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측근인 한 장관에 대한 감찰과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방해했다는 게 징계 사유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2심 재판은 소송의 양쪽 당사자가 사실상 한몸이고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셀프 소송’이라고 할 만합니다.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당시부터 이런 모순이 지적됐습니다. 그러자 한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제가 취임하게 되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징계 자체가 대단히 부당하다는 판단은 이미 사회적으로 내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적 판단’이라는 근거 없는 말로 법원의 판결을 깎아내리는 황당한 발언입니다. 징계 무효 소송에 임하는 법무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실제 한 장관이 취임한 뒤 법무부는 1심을 승소로 이끈 변호인들을 모두 해임하고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로 교체했습니다. 법무부 산하 기관인 법무공단 소속 변호사들이 얼마나 독립적으로 ‘윤 대통령 징계의 정당성’을 변호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최근 <한겨레> 보도를 보면, 2심 소송에서 윤 대통령 쪽은 여러 증인을 신청하는 등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반면 법무부 쪽은 증인 신청도 하지 않고 재판 절차에 대한 의견만 내는 등 실질적 내용에 대한 주장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법무부가 아예 소송에 지려고, 즉 윤 대통령의 징계 이력을 지워주려고 애쓰고 있다는 세간의 시선이 근거없는 게 아닙니다. 이러고도 공정과 정의를 말할 수 있겠습니까.
[논썰] 정순신, 헌재 결정, 미국 인권보고서…한동훈의 4가지 자승자박. 한겨레TV
‘50억 클럽’ 특검이 진실 규명 방해한다니
지금까지 살펴본 4가지 사례만 봐도 한동훈 장관의 법치는 법의 포장 아래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기술을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 법과 원칙을 내세우지만 또 다른 법과 원칙을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그 모순은 교묘한 말로 덮어버립니다. 한 장관은 3월30일 국회 법사위에 ‘50억 클럽 특검법’이 상정되자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된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50억 클럽’ 의혹이 불거진 지 1년6개월이 지나도록 검찰은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특검법이 상정된 이날에야 의혹의 당사자 중 한명인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이렇게 검찰이 진실 규명의 임무를 방기해왔기 때문에 특검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진 것입니다. 그런데 특검이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된다니,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이런 태도가 당장의 난관을 모면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결국엔 자승자박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한 장관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함께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한주 동안 4%포인트 급락했다. 지난해 11월 4주차 조사(30%) 이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과 불안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3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0%로 전주에 비해 4%포인트 빠졌고, 부정 평가는 2%포인트 오른 60%였다. ‘외교’(21%)와 ‘일본 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20%)를 부정 평가의 주요 이유로 꼽은 것을 주목해야 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크고 작은 외교 실수가 끊이지 않았지만, 이달 들어서는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윤 대통령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피고 기업 대신 배상하는 ‘제3자 변제안’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뒤, 서둘러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고 한-일 관계를 복원했다며, ‘이제 공은 일본에 넘어갔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돌아온 현실은 대통령의 예상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그렇게 다 내어줬음에도 일본 쪽에서 ‘성의 있는 호응’은커녕 독도, 후쿠시마 오염수와 수산물, 초계기 등 한국에 대한 추가 요구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방일 당시 발언이나 회담 내용이 일본 언론에서 흘러나오고, 대통령실은 전전긍긍하며 ‘사실무근’이라 해명하는 일이 2주째 반복된다. 이처럼 ‘굴욕외교’ 여진이 계속되는 와중에 12년 만의 미국 국빈방문을 20여일 앞두고 ‘블랙핑크, 레이디 가가 공연 보고 누락 사태’로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했다는 소식이 연일 알려지니, 과연 이 정부가 엄혹한 외교·안보 상황을 풀어갈 기본적인 능력이 있는지마저 의심하게 된다. 당장 4월 한-미 정상회담,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에는 또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지금 한국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 북한은 최근 전술핵탄두 실물 사진을 공개하는 등 핵 위협을 전방위로 높이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의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미국과 치열한 협상으로 반도체,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 산업을 지켜내야 한다. 지금 국가안보실 내부갈등, 알력설 등이 나오는데, 우리 외교 현실이 그 정도로 한가로운가. 이런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해 누구보다도 윤 대통령이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동안 부처나 실무진이 외교 채널로 협상을 하면 윤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진다’고 큰소리치며 조급하게 결말을 짓는 태도가 외교를 더욱 혼란스럽게 해왔다.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외교·안보 정책을 반성하고 철저하게 쇄신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권도형 대표와 함께 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를 창립한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전 대표에 대한 영장이 재차 기각됐다. 권 대표의 국내 송환까지 불투명한 상태에서, 이번 기각으로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30일 신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진행한 서울남부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재청구 사건의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지난 27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신현성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금융투자상품 투자사기(자본시장법 사기적 부정거래 및 특경법상 사기) 혐의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형법상 배임증재 및 업무상 배임 혐의가 추가됐다. 신 전 대표는 2020년 3월 테라·루나 코인을 차이코퍼레이션의 결제 시스템에 탑재하겠다고 거짓으로 홍보해 케이티(KT)인베스트먼트, 삼성넥스트 등 복수의 벤처캐피털(VC)로부터 약 1400억원 투자를 유치한 혐의를 새롭게 받는다. 법원은 권도형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돼 구금된 상황을 고려했다. 유 부장판사는 “사실관계가 상당 정도 규명됐고, 국외소재 공범 등 수사에 장기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공범이 체포되어 별도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일부 혐의에 다툴 여지가 있어 피의자로 하여금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또 수사에 임하는 태도, 가족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증거인멸·도주 우려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신 전 대표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테라·루나 사건과 관련한 수사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권도형 대표의 경우 국내 송환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몬테네그로 당국은 29일(현지시각) 한국과 미국이 모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으며, 범죄의 중대성과 범죄인 국적 등을 기준으로 송환 국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방일 당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즉각 부인했지만, 일본 언론의 이런 ‘청구서’ 형식 보도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 계속되고 있다. 비슷한 보도가 반복되는데도, 대통령실은 그때마다 ‘아니다’라고만 할 뿐,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30일 “일본산 수산물 수입 관련,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일본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접견 자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누카가 후쿠시로 전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조처 철폐를 요구했다고도 했다. 앞서 <엔에이치케이>(NHK)는 지난 16일 관방부 장관 말을 인용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독도·‘위안부’ 합의 문제를 언급했다고 했고, <마이니치신문>은 누카가 전 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일본산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산케이신문>도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위안부 합의 이행과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는 일본 정치인들의 ‘언론플레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내용 하나하나가 민감하고 폭발력 있는 사안인 만큼, 윤 대통령이 먼저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한-일 회담 전 주요 의제부터 일본 언론을 통해 공개하더니, 회담 이후엔 차분한 설명 대신 국무회의에서 23분간 회담의 정당성과 성과만 일방적으로 강변했다. 야당의 한-일 정상회담 진상규명 국정조사 요구에는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대화를 계속 거부해 초래한 측면도 포함돼 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정상회담에서 수산물 수입 규제 폐지 문제가 논의됐나’라는 물음에 “두 정상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 공개할 수 없다”, ‘위안부·독도 문제가 거론된 적은 있나’라는 질문엔 “논의나 거론이나 이런 말의 기술에 집착하지 말라”며 몇차례 논점을 회피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런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방식은 국민 불신과 불안만 가중시키고 있다. 국민들이 일본 언론에 놀라고, 대통령실 해명은 미덥지 않은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겪어야 하는가.
미국 백악관은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이 차기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9일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이 공동 주최국으로 참여한 가운데 개막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커비 조정관] “We've demonstrated here in the United States that our democracy can still do big things. And as the president said around the world we're seeing concrete indicators that we are beginning to turn the tide here and democracy is on its front foot.”
커비 조정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여기 미국에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여전히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개막 연설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전 세계에 밝혔듯이 우리는 여기서 흐름을 바꾸기 시작했고 민주주의가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지표들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이 해외 민주주의를 촉진하기 위해 최대 6억 9천만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발표한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녹취: 커비 조정관] “Today the president announced the United States is making another significant investment in promoting democracy abroad, up to 690 million dollars. In additional funding for the presidential initiative to expand new and existing programs and policies that support free and independent media, help combat corruption, bolster democratic reformers and human rights activists, defend free and fair elections, and ensure that technology works for, and not against democratic societies.”
그러면서 “이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을 지원하고 부패와 싸우며, 민주 개혁가와 인권 운동가를 지원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수호하며, 기술이 민주사회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사회를 위해 작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신규 및 기존 프로그램과 정책 확대를 위한 대통령 계획에 대한 추가 자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이번 주에 국내외 민주주의를 위한 기술 발전을 주제로 일련의 발표를 할 예정”이라며, 30일 있을 이틀 째 행사에서 그 같은 노력을 집중 조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또한 차기 민주주의 정상회담 주최권을 한국에 넘겨주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미한 양국 정상은 이날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본회의 전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한국이 ‘제 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은 공동의 민주적 가치와 인권 존중을 기반으로 깊은 유대를 공유하고 있으며, 견고한 정치, 경제, 안보, 인적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편 커비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 의회에서 국방부 고위 장교들에 대한 인준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북한의 위협을 거론하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커비 조정관]”At a time when we are still trying to support Ukraine while we're still facing challenges in the Indo-Pacific a wide range of challenges. It's not just all about China. I mean look at what North Korea has done in recent days.”
국방부 고위 인사들에 대한 인준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는 현 시점은 “우리가 여전히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인도태평양에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이어 이는 단지 중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며 “북한이 최근에 한 일을 보라”고 말했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그러면서 인준 절차가 너무 오래 지연되면 전 세계 미군의 준비태세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지연 조치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공화당의 토미 터버빌 앨라배마주 상원의원은 국방부가 군인들의 낙태 치료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 18일 발효한 정책에 항의하며, 160여 명에 달하는 국방부 고위 장교의 인준 절차에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다. 전날 주무부처 장관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한 만큼 한 총리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은 이날 “오늘 오후 4시 한덕수 총리의 양곡관리법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담화문 발표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황근 농림식축산식품부 장관이 배석한다. 추 부총리와 정 장관은 전날 윤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를 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당정협의 등 다양한 경로의 의견을 수렴한 뒤 충분히 숙고하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한 총리 담화 발표에 앞서 당정은 오후 3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양곡법 관련 당정협의를 연다. 한 총리 담화는 당정 직후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양곡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짚으며 거부권 행사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안전관리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5월 초 코로나19 위기 단계 하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29일 말했다. 한 총리는 단계가 하향하면 확진자 격리 의무기간을 현재 7일에서 5일로 단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및 봄철 안전대책 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코로나19 유행 감소 추세에 발맞춰 “우선 1단계 조처로 5월 초에 코로나19 위기 단계 하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2월부터 유지되었던 ‘심각’ 단계를 ‘경계’ 단계로 낮추고, 중대본도 중수본(중앙사고수습본부)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위기 단계 하향과 함께, 확진자 격리 의무기간도 7일에서 5일로 단축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1단계 조치 이후의 유행상황 등을 점검해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조정하는 2단계 조치를 확정하고, 격리 의무와 일부 남아 있는 마스크 착용 의무도 ‘전면 권고’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상으로의 전환 과정에서도 어르신 등 건강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체계는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2017년 12월 미국 출국 뒤 인터폴 수배 상태
변호사 통해 입국뜻 전해…서부지검 곧 수사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국군기무사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조현천(64) 전 기무사령관이 6년 만에 귀국한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조 전 사령관은 미국에서 출발해 29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조 전 사령관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서부지검은 곧바로 그에 대한 수사를 재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 전 사령관 사건을 수사했던 민군 합동수사단(합수단)은 그가 국외로 도주했다는 이유로 기소중지 처분을 한 바 있다. 2017년 12월 미국으로 출국한 조 전 사령관은 여권 무효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등의 조처에도 귀국하지 않다가 지난해 9월 현지 변호인을 통해 입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조 전 사령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둔 2017년 2월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를 대비해 불법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실행준비를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2018년 7월 처음 세상에 알려졌지만, 조 전 사령관을 조사하지 못한 합수단은 그해 11월 계엄 문건의 목적과 지시자 등을 확인하지 못한 채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 당시 중간 수사 결과를 보면, 조 전 사령관은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뒤인 2016년 12월 청와대를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합수단은 기무사 계엄령에 내란 예비 음모가 있다고 봤고, 사건에 관련된 기무사 장교 3명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며 “무기급 핵물질 생산 확대”와 “핵무기 생산 박차”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며 “무기급 핵물질 생산 확대”와 “핵무기 생산 박차”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중통)이 28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핵무기연구소의 보고를 받고 “국가 핵무기 종합 관리체계 ‘핵방아쇠’의 정보화 기술 상태를 료해(점검)”하고 “준비된 핵반격 작전 계획과 명령서들을 검토”했다고 <중통>은 보도했다. 김 총비서의 “핵무기 병기화 사업” 지도와 관련해 <중통>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작은 탄두가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북쪽의 주장대로라면 ‘전술핵탄두’ 실물이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며 “무기급 핵물질 생산 확대”와 “핵무기 생산 박차”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총비서는 “우리 핵무력이 상대할 적은 그 어떤 국가나 특정한 집단이 아니라 전쟁과 핵참과 그 자체”라며 “우리가 그 언제든, 그 어디에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돼야 영원히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하고 우세한 핵무력이 공세적인 태세를 갖출 때라야 적이 우리를 두려워하고 우리 국권과 제도와 인민을 감히 건드릴 수 없게 된다”며 “우리 당의 핵역량 증강 노선은 철두철미 국가의 만년 안전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 수호에 그 목적이 있다고 재삼 천명”했다. 북한의 핵무력이 ‘선제 공격용’이 아닌 ‘억지용’이라는 주장이다. 김 총비서는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전망성 있게 확대하며 계속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내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핵무기연구소와 원자력 부문 앞에 나서는 강령적 과업들을 제시”했다. 김 총비서의 ‘핵무기병기화 사업’ 지도에는 홍승무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당 중앙위 군수공업부, 핵무기연구소, 미사일총국 간부들이 참가했다고 <중통>이 전했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25~27일 “수중전략무기체계에 대한 시험을 또다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아울러 북한 국방과학원은 25~27일 “수중전략무기체계에 대한 시험을 또다시 진행했다”고 <중통>이 보도했다. <중통>은 “25일 오후 원산만에서 시험에 투입된 핵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1’형은 조선동해에 설치된 600km 계선의 거리를 모의한 톱날 및 타원형 침로를 41시간27분간 장함하여 27일 오전 예정 목표수역인 함경북도 화대군 앞바다에 도달했으며 시험용 전투부가 정확히 수중 기폭됐다”고 <중통>은 전했다. 지난 21~23일에 이어 나흘 만에 핵어뢰 시험을 다시 했다는 뜻이다.
북한 미사일총국의 지도로 27일 “지상 대 지상 전술탄도미사일 2발로 핵공중 폭발 타격 방식의 교육시범 사격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와 함께 북한 미사일총국의 지도로 27일 “지상 대 지상 전술탄도미사일 2발로 핵공중 폭발 타격 방식의 교육시범 사격을 진행했다”고 <중통>이 보도했다. 이어 “평양시 역포구역에서 함경북도 김책시 앞 목표섬을 겨냥해 가상적인 핵습격을 진행하면서 표적 상공 500m에서 전투부를 공중폭발시켰다”고 덧붙였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27일 북한이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른바 ‘검수완박법’)이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 법 취지를 거스른 시행령은 “적법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탄핵당해야 할 대상은 헌법재판관”(김기현 대표)이라며 한 장관을 적극 엄호했다. 한 장관과 여당 스스로 헌법에 대한 최종적 해석 기관인 헌법재판소에 질문을 던져 나온 결론임에도 이를 부정하는 태도에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기사 민주당 “사퇴하라”…한동훈 “나 아닌 민주당이 사과해야”) 한 장관은 27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법 취지를 존중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죄를 ‘부패’와 ‘경제범죄’ 2가지로 축소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다시 바꿔야 한다’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적법한 것을 다시 되돌리려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며 ‘개정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5월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되자, 8월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으로 불리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직자·선거범죄를 부패범죄로 재분류했다. 법으로 축소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하위법인 시행령으로 도로 넓힌 것이다. 이런 내용의 시행령이 지난 23일 헌재 결정의 취지와 어긋나니 고치라는 게 민주당의 요구인데, 한 장관이 거부한 것이다. 한 장관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 시행령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해졌다”며 “도대체 왜 깡패, 마약, 무고, 위증 수사를 못 하게 (시행령을) 되돌려야 하는지 그 이유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막으려고 하느냐”는 말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는 “제 판단은 많은 국민들의 판단과 공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헌재와 민주당을 싸잡아 공격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재판관이 직책에 걸맞지 않게 얄팍한 법기술자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일각에서 나오는 한 장관 탄핵 주장을 거론하며 “강도짓이 들통나자 경찰관한테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탄핵당해야 할 대상은 헌법재판관”이라고 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장관의 ‘시행령 고수’ 방침을 두고 “삼권분립 침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헌재가 검찰 수사권을 제한할 입법 권한이 국회에 있다고 봤는데, 법무부가 하위법령을 통해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삼권분립과 헌법질서 침해에 해당하고, 탄핵 사유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의힘 반발에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헌재로 끌고 간 뒤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시비를 거는 모습”이라며 “공당으로서 부적절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북한이 동해상으로 기종이 아직 파악되지 않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합참)가 27일 밝혔다. 합참은 이 미사일의 사거리와 고도, 속도 등 제원을 분석 중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 19일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동해로 단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후 8일 만이다. 탄도미사일로는 올해 여덟 번째다. 이달 들어 북한은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에 대응해 연이어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 지휘소 연습인 ‘자유의 방패’는 지난 23일 끝났지만, 한국과 미국은 사단급 상륙훈련, 미국 항공모함 전개 훈련 등을 계속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22일 오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인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국회의원 의석수를 현행 300석으로 유지한 ‘선거제 개편 결의안’을 의결했다. 향후 선거제 개편 논의는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이어가게 된다. 정개특위는 22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국민의힘이 제안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병립형 비례대표제’와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소선거구제+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3개 안을 의결했다. 이 3가지 안은 모두 현행 의석수와 같은 300석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이번 결의안은 “국민이 수용할 수 있고, 비례성·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자”는 취지로 나왔다. 앞서 지난 17일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는 국회의장 산하 자문위원회에서 올린 선거개편 3개 안을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정개특위 결의안에 의석 수를 증원(300명→350명)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전원위 개최도 한때 불투명해졌다. 이에 정개특위는 여야 간사간 논의를 거쳐 의석 증원 내용을 뺀 3가지 안을 새로 결의했다. 야당 간사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이날 “결의안 내용은 전원위 논의의 가이드라인이 아니다. 전원위를 개문발차하기 위한 형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회 전원위는 이날 결의안 등을 토대로 오는 27일부터 2주에 걸쳐 선거제 개편 토론을 벌인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원위에서 최종안이 도출되면 다음달 28일 본회의에서 의결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경남 한 고등학교 기숙사서 발생
같은 층에 있던 사감교사는 몰라
학교, 가해학생들 출석정지 시켜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경남 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야간에 선배 10명이 후배 1명을 집단구타하는 학교폭력이 일어났다. 당시 학교폭력은 1시간30분 동안 이어졌으나, 같은 층에 있던 기숙사 사감교사는 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도교육청은 22일 “경남도내 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일어난 집단폭행 사건과 관련해 경찰과 함께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청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3일 밤 11시께 이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2학년생 5명과 3학년생 5명 등 10명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는 1학년생 박아무개군을 자신들의 방으로 불러서 집단 구타했다. 기숙사 방 1개에 학생 5명씩 생활하는데, 여러 방의 2~3학년생 10명이 야간점호 이후 모여서 다음날 새벽 0시30분께까지 1시간30분 동안 도구를 사용해 박군을 구타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기숙사에는 사감교사 1명이 있었는데, 밤 10시 점호를 끝내고 학생들 방과 같은 층에 있는 자신의 방에 머물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군의 부모는 지난 18일 주말을 맞아 집에 온 아들의 몸에서 상처를 발견하고 추궁해, 박군이 선배들에게 집단으로 구타당한 것을 알게 됐다. 박군의 부모는 지난 20일 아침 박군의 담임교사와 경찰에 학교폭력 사실을 신고했다. 박군은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학교 쪽은 가해학생 10명을 출석정지시켜 박군과 분리 조처하고, 박군에겐 심리상담을 받도록 했다. 또 진상 파악을 위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 학교 쪽 1차 조사에서 가해학생들은 “(박군) 말투가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했다고 진술했으며, 추가 폭행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 학교폭력이 일어난 학생들 방과 사감교사 방은 기숙사 같은 층 양쪽 끝에 있으며, 기숙사가 일자가 아닌 꺾인 구조라서 문을 닫고 방 안에 있으면 사감교사가 학생들 방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성영 경남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는 “아직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고,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면 2차 피해 발생 등 부작용이 우려돼 지역과 학교 이름, 도구 등 구타 방법을 공개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일 인도 뉴델리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 기념관을 찾아 그와 관련된 책을 선물받고 있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을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한다고 밝혔다고 일본 <교도통신> 등이 20일 보도했다. 인도를 방문 중인 기시다 총리는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한 정상회담에서 인도를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초청한다고 밝힌 데 이어 한국도 초청한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그는 한국 외에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코모로, 쿡제도 정상 외에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관 수장도 이 회의에 초청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올해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의장국 자격으로 초청국을 정할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6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외교부는 “우리 대통령 방일의 후속 조치로서, 주요 7개국 정상회의 초청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회담 결과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의 첫 메시지는 "회담 결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국내 반발 여론을 후속 조치를 통한 성과로 넘어서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이기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한일 정상회담에서 돌아와 공식 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첫 메시지는 '후속조치 강화'였습니다.
[이도운 / 대통령실 대변인]
"한일관계 개선 및 협력에 관해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도록 각 부처는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대통령실은 각 분야를 총망라한 한일간 협력 방안을 강조했습니다.
"한일 정치권과 경제 산업계, 유학생 교류, 역사와 대중문화 분야 등에서 양국의 협력 방안이 곧 나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여론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어서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국내 반발 여론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정면돌파를 선언하면서 양국간의 후속 조치를 통해서 성과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한일 정상회담이후 일본 언론이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합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이 거론됐다고 보도하는데 대해선, "독도 뿐 아니라 위안부 합의도 논의된 적 없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하면서 "일본 측의 근거없는 왜곡 보도에 외교 당국에서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해제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공개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서울중앙지법에 두 번째로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두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공판에 앞서 오전 10시23분쯤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한 이 대표는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서 남욱씨의 측근이 작성한 메모(Lee list)가 나왔는데 알고 있느냐’ ‘(성남시장 재직시절) 백현동 용도변경을 적극 행정사례로 보고받았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미소를 띤 채 법원으로 들어섰다. 이날 법원 주변에는 이른 시각부터 이 대표 지지자와 반대하는 사람들, 취재진, 유튜버들이 몰려들며 소란스러웠다. 양쪽은 ‘이재명 구속’ ‘김건희 특검’ 등을 외치며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점에도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이 대표 쪽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3일 첫 공판기일 때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이 부당함에 대해 법원이 잘 밝혀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질병산재’ 황유미들의 733년 ③ 고통을 상속한 가족들
과학교사 아들 잃은 아버지
“3D프린터 장려한 정부 책임 안져…위험 알린 아들 명예 살려야”
디스플레이 노동 딸 잃은 아버지
“살아서 가족 이끌겠다던 딸.…고통받던 모습 아직도 슬퍼”
육종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 서울씨의 공무상 재해 신청과 관련해 지난달 27일 세종시 인사혁신처에 방문했던 서정균씨가 밖으로 나오고 있다. 정환봉 기자
“아버지, 살고 싶어요.” 2020년 6월27일 새벽 3시5분. 서정균(68)씨는 잠결에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 눈을 마주친 아들 서울씨는 더는 말을 잇지 않고 방을 나갔다. 한달 뒤 아들은 세상을 떠났다. 서씨는 그 이후 1년 넘게 매일 새벽 3시면 눈이 떠졌다. 하지만 아들은 없었다. ‘1983.6.13-2020.7.29’ 37년의 짧은 삶을 기록한 아들의 하얀 유골함에는 ‘과학은 상식이다’라는 글이 적혔다. 그는 과학을 사랑했다. 그리고 제자를 사랑하는 고등학교 과학교사였다. 과학을 좋아하던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물리천문학을 전공하고 싶어 했다. 천문학자가 되어 대학을 졸업하면 칠레로 가려 했다. 고도가 높고 하늘이 맑은 칠레에는 여러 나라의 천문대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대학 진학 당시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탓에 아들은 안정적인 미래를 선택했다. 경북대 사범대학 물리교육과에 입학해 4년 장학금을 받았다.
아들 학교 다른 교사도 육종암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2013년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지도하면서부터 아들은 3D프린터를 사용했다. 2014년 정부는 3D프린터를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학교에서도 교육할 것을 장려했다. 2016년 경기도의 한 과학고등학교에 부임한 뒤에도 아들은 10여대의 3D프린터를 활용해 학생들을 교육했다. 서씨 부자는 3D프린터에서 해로운 플라스틱 나노입자가 나올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3D프린터를 사용하던 학교 공간에 제대로 된 환기 장치조차 없었다는 사실도 서씨는 아들이 숨진 뒤에야 알았다. 아들이 육종암 진단을 받은 것은 2018년 2월. 육종암은 뼈, 근육, 신경 등에 종양이 생기는 희귀암이다. 서씨는 암도 금방 고치는 세상이 왔다고 믿었다. 하지만 육종암은 달랐다. 방사능 치료와 견디기 어려운 화학 치료가 반복됐고, 아들은 결국 2020년 7월29일 세상을 떠났다. 가족력도 없는 아들이 왜 암에 걸렸는지 서씨는 몰랐다. 하지만 아들과 같은 학교에서 3D프린터를 사용한 또 다른 교사도 육종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뒤늦게 아들의 블로그 글을 찾았다. 사망 한달여 전인 2020년 6월10일 작성한 글에는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생님께서 페이스북에 3D프린터가 위험할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동고동락하다시피 하면서 (3D프린터를) 엄청나게 많이 사용했다”, “3D프린터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화학물질들이 위험한지 아닌지 충분히 연구를 해보자”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같은 날 아들은 함께 3D프린터 실습을 했던 제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얘들아, 나중에라도 혹시 건강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병원은 일찍 가야 한다”며 “3D프린터가 출력하는 과정에 좋지 않은 물질들이 많이 나와. (중략) 시티(CT) 촬영비는 청구하면 내가 부담해줄게”라는 글을 남겼다. 그 뒤로 서씨는 아들의 병이 3D프린터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육종암으로 투병하는 다른 교사 2명과 함께 2021년 2월 인사혁신처에 공무상 재해 신청을 했다. 서씨는 3D프린터 관련 논문은 모조리 찾아 읽고 2021년 9월 부산·경남교육청부터 청와대까지 자전거 국토대장정을 하며 3D프린터의 위험성을 알리고 아들의 공무상 재해 인정을 요구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들을 잃었지만, 명예만큼은 살려야 하잖아요. 정부는 3D프린터 사용을 장려해놓고 정작 책임은 안 지고 있어요. 아들이 그 위험을 알렸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어요.” 아들의 공무상 재해를 신청한 지는 2년이 다가오지만 역학조사는 지난달에야 끝났다. 공무상 재해 승인 여부는 이달에 결정된다고 한다. 결과는 미리 알 수 없지만, 서씨는 아들의 명예를 찾을 때까지 싸움을 계속할 작정이다.
50㎏이었던 딸, 부종으로 퉁퉁 부어
딸을 잃은 정승규(62)씨도 아직 기다리는 중이다. 스물일곱살에 생을 마감한 정다움씨는 자랑스러운 딸이었다. 경북 김천에서 살았던 딸은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이던 2009년 12월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사업에 실패해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아빠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딸과 같은 고등학교에서 삼성에 입사한 것은 혼자였다고 해요. 딸이 자기 살길을 스스로 찾아낸 게 너무 좋더라고요. 가족들 모두 잔치 분위기였죠.” 삼성디스플레이 아산탕정 공장에서 일했던 딸은 디스플레이 글라스 얼룩 여부를 검사하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딸은 입사 1년6개월 만에 아프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에 고통받던 딸은 2011년 5월 경북대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전신홍반루푸스 진단을 받았다. 면역세포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병이다. 아픈 딸은 병가와 휴직을 하다 2013년 4월 퇴사했다. 딸은 2017년 11월부터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몸무게가 50㎏ 정도였는데 100㎏ 가깝게 늘더라고요. 신장부터 장기가 하나씩 망가지다 보니 부종이 생긴 거예요.” 혼자 몸을 지탱할 수 없었던 딸은 김천의 집에서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택시를 타고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하지만 병세가 깊어지면서 통원 치료가 불가능해진 딸은 2018년 초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정씨는 화상처럼 온몸에 퍼진 물집을 드레싱하며 딸을 간병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처지였던 정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5000만원을 빌려 딸의 치료비 등으로 써야 했다. 머리를 수천개의 바늘로 찌르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딸은 삶의 의지를 놓지 않았다. “하나님, 저 살려주세요. 저는 장녀예요. 우리 가족 이끌어야 해요. 불쌍한 엄마, 아빠 도와줘야 해요.” 정씨는 딸이 병원에서 매일 기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기도에도 딸은 2018년 9월 끝내 숨을 거뒀다. 정씨는 얼룩 검사 과정 중 과도한 빛 노출과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딸이 병에 걸렸다 믿는다. “루푸스의 원인 중 하나가 빛인데 딸이 일하면서 계속 빛을 많이 쐬었거든요. 스트레스도 컸어요. 직장 동료가 엄청 괴롭혔다고, 입원해서도 많이 원망했죠. 그런 이유로 아팠던 게 아닐까 해요.” 정작 딸이 아플 때 가족들은 산업재해 신청을 하지 못했다. 정씨는 딸의 장례식장에 찾아온 지인이 산재 처리는 됐냐고 물은 뒤에야 그런 제도가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2018년 11월 산재를 신청했지만 4년3개월이 지난 지금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역학조사가 끝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4년을 넘게 기다린 딸의 질병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는 “근거 부족”으로 나왔다. 빛 노출과 스트레스 등의 작업 환경이 루푸스 발병의 원인이라고 볼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모든 결론을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빠는 너무 지쳤다. “삼성 백혈병 사건을 보면서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후회돼요. 딸아이가 고통받은 것이 자기 때문이 아니라 회사의 책임이라는 걸 밝히고 싶은데…. 엄마는 지금도 딸 생각에 계속 울어요.” 아들과 딸은 아픔과 싸우다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 아픔이 끝을 모르는 기다림의 고통으로 남은 가족들에게 상속되고 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