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직원만 밥 지어라?"
지난 2020년 8월 전북 남원의 새마을금고에 입사한 20대 여성 직원.
주업무는 창구에서 예금 상품을 취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근무를 시작하자마자 배웠던 건 '밥 짓는 법'이었습니다.
[피해 직원(제보자)]
"반찬을 매달 주문을 하고, 밥은 직원들이 준비를 해서 먹어요. 그런데 밥 준비는 항상 여성 직원들이 해왔거든요."
해당 금고의 여성 직원들이 도맡아 점심시간에 맞춰 밥을 짓고, 식사 준비를 했다는 겁니다.
[피해 직원(제보자)]
"인수인계해주시던 여성 분께서 쌀을 어떻게 짓는지, 4명이서 먹으니까 밥은 몇 컵 넣고 물 조절 이 정도 하고 몇 시까지 밥을 해놓고‥"
정확한 인원을 확인해 때맞춰 '미리' 밥을 준비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새마을금고 차장(녹취)]
"11시 전에는 밥을 해야 돼. 시간 되면 아침이라도 밥을 미리 하고, 상무님하고 이사장님 계시면 식사하실 건지 물어보고."
때로는 밥이 잘됐는지 평가도 받았습니다.
[○○새마을금고 차장-피해 직원(녹취)]
"밥이 왜 이렇게 질게 됐냐? 물 조절에 실패했어요.>"
■ "수건 빨래에 냉장고 정리까지 막내 여성 직원 몫"
그런데 이 직원이 도맡았던 건 밥 짓기만이 아니었습니다.
[○○새마을금고 차장(녹취)]
"집에 세탁기 있지? 수건 가져다가 빨아서 오고‥"
사무실에 있는 화장실 수건을 모아 집에서 직접 세탁해오라는 겁니다.
[피해 직원(제보자)]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은 거예요. 그걸 집에 가져가서 해오는 거는 너무 선을 넘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망설이다 여성 상사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수건은 쓴 사람이 빨아오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답변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새마을금고 차장(여성)(녹취)]
"남자 직원들한테 '본인들이 쓴 거기 때문에 세탁하세요'라고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집에서 세탁하든지 손으로 빨면 되는 거지."
남자 직원들에게는 수건을 빨아오라고 시킬 수 없으니 '막내'인 제보자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일침을 놓습니다.
[○○새마을금고 차장(여성)(녹취)]
"이 조그마한 사무실 안에서 여자 2명밖에 안 돼. 나 혼자 다 이거 커버할 수 있어. 근데 그건 아니잖아. 사무실 서열이 다 있는 거야."
제보자에게 협박으로 들릴 수 있는 말도 꺼냈습니다.
[피해 직원(제보자)]
"너 그때 수건 안 빨아온다고 해서 너 회사 못 다니게 하려고 했다, 이런 얘기 하시더라고요."
제보자가 겪은 부당 대우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상사들이 먹다 남긴 음식도 제보자가 '눈치껏' 치워야 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핀잔을 듣기 일쑤였습니다.
[○○새마을금고 계장(여성)(녹취)]
"맨날 그렇게 (음식을) 쌓아 놓지 좀 마요. 내가 제때 버리라고 말했잖아요. 세 번이나 말했어. 세 번이나."
■ "상사 폭언에 시달렸지만‥내부선 '묵묵부답'"
제보자는 상사의 폭언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제보자가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며 차장급 직원은 손님이 있는 자리에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피해 직원(제보자)]
"불량 학생들 있잖아요. 그 친구들처럼 가까이 와서 눈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너 나 쉽냐? 확'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런 거 아닙니다' 하니까 '어쩌냐, 난 네가 XX게 싫은데, 이러니 다들 널 싫어하지. 너 같은 걸 누가 좋아해.' 이런 폭언을 계속 퍼부으셨어요."
분이 덜 풀린 상사가 물병까지 바닥에 던졌다는 게 제보자의 설명입니다.
심각한 스트레스 때문에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는 제보자.
고민 끝에 책임자인 상무에게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제보자에게 돌아온 건 '상사에게 더 진심으로 대하라'는 말.
[○○새마을금고 상무(녹취)]
"진심으로 하면 다 통하게 돼 있으니까. 직장생활이라는 게 쉬운 게 없어."
건강도 악화된 제보자, 결국 회사 워크숍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불참 사유서'를 제출하라는 지시에 제보자는 현재 상태와 상사의 괴롭힘을 상세히 적어냈습니다.
사유서를 받아본 이사장은 연필로 첨삭에 나섰고, 상사의 폭언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라'고 했습니다.
취재진이 사건 경위를 물어보자 '성격 차이'라고 답했던 이사장.
[○○새마을금고 이사장]
"이 직원하고 그 차장하고 둘이 성격상 안 맞아서 그랬던 것 같은데."
'알면서도 왜 아무 조치를 안했냐'고 물으니 '필요한 조치는 다 했다'고 했습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혼냈다고 분명히 얘기했잖아요. 혼을 내고 '야 이 XX야' 이런 말 하지 말라고 내가 교육을 시킨 거잖아요."
■ '상사에게 복종하라'는 지침서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곳엔 그 이유를 짐작할 만한 지침서가 있었습니다.
'직장 상사에 대한 예절'이라는 문서입니다.
'직무 이외의 일을 강요하는 상사도 섬겨야 한다'
'상사의 화를 자기 성장의 영양소로 삼자'
'지시를 받을 때 놀란 표정을 짓거나 말 없이 바라보는 것은 명령을 받기 싫다는 자세로 보인다'
왜 이런 지침서를 직원들에게 배포했냐고 물어봤습니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만든 게 아니고 다른 책자에 있는 걸 복사해서 줬어요. 자료를 쓴 사람이 잘못이지 복사한 건 잘못이 아니잖아요. 교육 차원에서 준 거예요."
본인이 나눠준 건 인정하는데, 직접 작성한 건 아니니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배석했던 상무도 '배울 건 있다'는 입장.
[○○새마을금고 상무]
"때로는 그런 것도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죠. '요즘 직원들'한테는 충격적일 수는 있죠."
■ "동의 없이 직원 명의로 500만 원 대출까지"
제보자가 근무한 새마을금고에선 성차별과 갑질 뿐 아니라 업무상 부당행위를 강제한 정황도 있었습니다.
지난 2020년 10월, 갓 입사한 수습직원이었던 제보자.
상사로부터 '직원 대출 서류에 도장을 찍으라'는 지점장의 요구를 받았습니다.
'돈이 필요하다'고 한 적도, 대출받을 계획도 없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었을까.
알고 보니 '만기 전이지만, 금고에 출자했던 5백만 원을 돌려달라'는 고객 민원 때문이었습니다.
일단 제보자가 대출을 받아서 고객에게 돈을 건네라는 겁니다.
[피해 직원(제보자)]
"저한테 조금의 설명 그런 거 없이 자기들끼리 전화를 하시고, 고객님께 빌려드린 다음에 나중에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제보자는 대출금 5백만 원이 계좌로 들어오자 민원을 제기한 고객에게 그대로 송금했고 대출금 이자까지 모두 부담해야 했습니다.
상사들은 실적을 올려야 한다며 직원들에게 출자금을 내라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새마을금고 상무(녹취)]
"직원들은 10만 원 씩 출자금으로 채우기로 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건 직원들이 지켜줘야지. 근데 안 지킨 직원이 있고 그러니까 10만 원씩 자동이체를 그냥 시키세요."
취재진이 해당 발언을 한 상무를 찾아가 왜 그랬냐고 묻자, 이런 해명이 돌아왔습니다.
[○○새마을금고 상무]
"실적을 올려야 될 거 아니에요. 그래도 저희는 무리하게 막 억압을 해서 그 정도는 아니에요"
여러분이 보기엔 어떠십니까.
다음 편에선 이같은 사건이 보도된 뒤 전국에서 쏟아졌던 새마을금고 직원들의 추가 제보와 구조적인 문제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단독] "밥 짓고 수건 빨아와라"‥새마을금고 엽기 성차별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00964_35744.html
[단독] "상사에게 순종하고, 반문하지 말라" 내부엔 6대 지침까지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00965_35744.html
[단독] "밥 짓고 빨래해라" 새마을금고, 부당업무 지시 의혹도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01333_35744.html
[단독] 공용 건물 복도까지 직원들이 청소‥실태조사는 '졸속'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401676_35744.html
취재기자: 김세영 고재민
영상취재: 김동세 장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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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M] "여성 직원만 밥 짓고 빨래"‥새마을금고 직원의 폭로 - M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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